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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5인이 추천하는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 책 (조선일보 2018/5/19)

전문가 5인이 추천하는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 책
(조선일보 2018/5/19)



전문가 5인이 추천하는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 책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내달 12일 미·북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반도 정세가 빠른 물살을 타고 급변하고 있다.

전문가 5인이 남북과 미·북 관계, 복잡한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을 3권씩 추천했다.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한반도 분단은 강대국의 실수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세계 지도 어디를 살펴봐도 한반도 같은 곳은 없다. 세계 최강국들 미·중·일·러에 둘러싸여 수 세기 동안 엄청난 고초를 겪었다. 그 고난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분단의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 현실이 그렇다면 우리는 그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국 정세와 의도를 꿰뚫고 대응책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바깥세상을 보기보다는 안의 싸움에 몰두하고, 주인의식을 잃어버린 채, 냉철한 계산이 아니라 감성으로 외교를 본다. 친미·반미, 친중·반중 같은 구한말 용어들이 지금도 난무한다. 이 간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런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학생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오버도퍼(뒤에 칼린도 공저자로 참여)의 '두 개의 한국'을 추천해 왔다. 이 책은 우선 전문 학술용어가 안 나오고 쉽게 읽힌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저자는 1970년대 이후 40여 년간 분단된 한반도를 둘러싸고 전개된 주변 강국들 간의 경쟁과 갈등, 남북대결과 화해 노력 등을 담담하게 기술해 내려간다.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인 저자는 철저한 기자정신으로 팩트를 추적했다. 정확한 팩트를 찾기 위한 그의 노력은 눈물겹다. 4년에 걸쳐 450회의 인터뷰를 했고 팩트 하나를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크로스체크를 했다. 덕분에 그의 서술은 특정 국가의 시각으로부터 상당히 자유롭다. 그는 한국의 분단을 "강대국의 경솔한 결정"이라 단언하고, 조지 W.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도 비판한다.

이 책은 또, 각국의 국내정치가 어떻게 한반도를 향한 외교에 투영되어 때로는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역대 한국 정부의 정치·외교적 행적을 기술하는 부분들을 읽노라면 우리 정치 지도자들과 지도층이 무엇이 어떻게 부족한지, 자화상이 잘 드러난다. 1·2차 북핵 위기를 둘러싸고 전개된 외교를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올해 초부터 진행되고 있는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를 펼쳐나가는 데 있어서도 적지 않은 교훈을 던질 것이다.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미국의 힘은 지도자 결단에서 나온다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면서 국제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한국·일본·EU같은 동맹들도 트럼프의 '일방주의'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절대적인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춘 '패권국가'는 당연히 '일방주의'를 택한다. "강자는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고 약자는 당하는 수밖에 없다."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트럼프의 '일방주의'에 비판적인가?

그것은 미국이 이전까지는 일방주의를 채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힘을 가졌음에도 유엔·IMF·WTO ·FTA 등의 국제 규범과 제도에 기반을 둬 자유주의국제 질서를 구축해 왔다. 물론 패권국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수많은 전쟁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면 적국이었던 나라도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적극 편입시킨다. 2차 대전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의 복구를 견인했고, 베트남전 패배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을 포용했다.

미국은 왜, 어떻게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건설했을까? 미국은 이러한 전략을 앞으로도 고수할 수 있는 국력을 갖고 있는 것일까? 여기 소개하는 3권의 책은 이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케이건은 왜 미국이 없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지 보여준다. 그린은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구체화되고 추진돼 왔는지 추적한다. 나이는 미국의 힘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치밀하게 논증함으로써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는 주장을 일축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은 늘 정부가 바뀔 뿐 아니라 철저한 삼권분립 때문에 강력한 지도자가 이끄는 국가처럼 일관된 정책을 추구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개방된 국제 질서만이 미국의 장기적인 국익에도 부합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포용적인 국제질서를 구축했다. '신의 은총'도 있었지만 지도자들의 비전과 결단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과 국제 질서가 총체적인 혼란에 휩싸인 요즈음, 이 세 권의 책은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리 소테츠 일본 류코쿠대 교수] 한국, 중국보다 美 편에 서야 안전


리 소테츠 일본 류코쿠대 교수

한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큰 나라들 사이에 끼어 사는 한국은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좀 더 '정치적'인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편에 서야 할지 중국 편에 서야 할지, 일본과는 어떻게 지내야 할지, 통일을 해야 좋은지 아니면 갈라져 살더라도 평화롭게 살면 되는 것인지.

이런 문제들은 한국이란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며, 나아가 자신과 후손들이 앞으로 어떤 생활을 영위할 것인지와 직결되므로 어떤 선택이 더 바람직한지 알아야 한다. 다행히도 이런 문제에 설득력 있는 관점을 제시한 책이 있다.

현재 한국 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으로 있는 이춘근 박사의 '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의 전략'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와 같이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는 경우 정확한 국제정치적 힘의 분석은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중국과 미국 중 누가 궁극적인 승자가 될 것인가에 대해 분석한 다음 한국은 그 승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쓰고 있다.



"이것은 비겁한 눈치작전이 아니다. 국가의 삶과 죽음에 관한 문제다." 저자는 중국의 국력 성장이 지속된다고 가정할 때 미국과 중국이 갈등 관계에 빠지는 건 거의 운명적이라고 보면서, 싫더라도 어느 편에 서야 할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 부상론'은 과장된 측면이 많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됐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120위에 불과하고 군사력은 미국의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 따라서 미국 편에 서기를 거부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한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식의 중립을 지키면 미·중 간 갈등이 벌어져도 그 불똥이 한국에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이는 천진난만한 생각이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2년 전 나온 책이지만 현재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고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한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미·북회담이 北核 해결 마지막 기회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냉전이 붕괴되면서 한때 우리는 한반도 정세를 낙관했던 적이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연일 동구권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상황에서 우리도 통일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수세에 몰린 북한은 놀랍게도 노태우 정부의 포용 정책에 응하여 우리가 요구한 사항들을 거의 대부분 수용한 남북 기본합의서에 합의한다. 핵 협상도 남북 사이에 이뤄져 완전한 비핵화를 담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마련됐다. 냉전 붕괴의 태풍을 남한 껴안기로 피한 북한은 '핵 카드'를 들고 반격에 나선다. 남북 틀을 벗어나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고 미·북 협상을 고집한다. 이후 핵 문제는 남북이 아닌 미·북 문제로 자리 잡게 된다.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쓴 '피스메이커'는 현재 남북·미 간 협상 국면을 이해하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그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에 이르는 진보 정부의 대북정책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바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론'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개혁·개방을 하지 않는 이유를 냉전 구조에서 찾는다. 냉전 구조를 해체해야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선다는 것이다. 북핵은 냉전 구조, 즉 미·북 적대의 산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북 적대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북핵의 당사자이기보다 미·북 사이의 중재자를 자임하는 배경이 된다. 임 원장의 '피스메이커'는 치밀한 기록으로 일독할 가치가 있다.



주한대사로 지명됐다가 대북 군사옵션에 반대해 낙마한 것으로 알려진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쓴 '불가사의한 국가: 북한의 과거와 미래'도 임동원 원장과는 다른 시각에서 최근 상황을 이해하는 데 시사점을 갖는다. 그는 냉철한 현실주의 시각에서 북한 문제를 바라본다. 물론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은 현실주의라기보다는 트럼프 개인기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이 북핵의 당사자가 아니라면 완전한 비핵화는 물 건너간다고 생각한다. 6월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은 사실상 북핵문제 해결의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한용섭 국방대 교수] 평화체제 위해 미·중 설득을


한용섭 국방대 교수

한국 국제정치학계 중진 학자 9명이 공저한 '21세기 미·중 패권경쟁과 한반도 평화'는 20세기 후반이 미·소 패권 경쟁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미·중 패권 경쟁이 도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미·중·일·러 4강 패권의 틈바구니에서 '위험지대'에 살고 있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동북아시아는 세계 전략의 중심이면서도 평화 공존의 틀을 마련하지 못하고, 한반도 주변 4강이 각각 자국 제일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여기에 동방의 핵대국을 부르짖는 김정은의 독주로 한국은 국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고난도의 5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의 미국과 장기 집권체제를 갖추고 중화민족의 부흥을 부르짖는 시진핑의 중국은 동아시아 패권을 두고 격돌하는 양상이 굳어지고 있다.



필자들은 동아시아가 전쟁과 경쟁에서 벗어나 평화와 협력의 지정학을 찾아볼 것을 권유한다. 지역공동체의 결성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인간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가는 문명사적 인간네트워크를 형성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강화할 것을 주문한다. 한반도에서는 남북한 지도층이 전쟁과 충돌을 영원히 방지할 수 있는 적극적 평화를 추구해야 하며,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할 국제적 여건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형편에 평화를 건설하자는 주장은 너무 이상적으로 들릴지 모르나, 미국 중국 북한이 힘의 추구를 극한적으로 시도할수록 그들 혼자서 생존할 수 없다는 현실의 큰 벽에 부딪혀 다시 평화 공존적 국제질서로 돌아올 수밖에 없음을 자각할 것이라 본다. 실제로 2018년 그런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은 북한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는 비전과 플랜을 만들고 북한을 부단히 설득함으로써 우리 한민족 고유의 '평화 DNA'를 회복할 수 있는 체제를 창출해 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을 설득하는 외교적 노력과 함께, 이들이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 체제를 건설할 방책과 전략을 제시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저자들은 요구한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19/20180519000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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