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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정부 외교안보라인에게 듣는다 (매일경제 2018/4/16)

역대정부 외교안보라인에게 듣는다
(매일경제 2018/4/16)



◆ 한반도 비핵화 세기의 담판 ① ◆


`평화, 새로운 시작`을 슬로건으로 내건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역사적인 미·북 정상 간 대화는 앞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세계의 안보 질서에 영향을 미칠 신호탄이 될 것이다. 남북 간 평화 정착과 공동 번영은 물론 미·중이 가장 핵심적인 이해관계를 놓고 부딪치고 있는 한반도에 찾아온 `대화의 봄`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에 매일경제신문은 한반도의 명운을 가를 현 시기의 역사적 의미를 짚어보고 바람직한 북핵·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기적같이 만들어낸 이 기회를 살려서 역사적인 대전환을 이뤄내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2018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장인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은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남북, 미·북정상회담을 앞둔 현 상황을 `기적`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분단 이후 최초로 시도했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인 `햇볕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자 남북 관계의 살아 있는 역사로 불리는 임 단장의 입장에서도 현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은 `기적`밖에 없었던 것이다. 단지 상황을 표현한 말이 아니다. 이례적으로 한반도 문제 당사국들이 이번 대화국면에서 예외 없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최고 수준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보인다. 한국에서는 비핵화·평화정착 해결 의지가 확고한 문재인정부가 집권 초기 높은 국정 지지도를 바탕으로 나서고 있다. 수십 년간 비핵화협상에서 어깃장을 놓았던 북한도 적어도 겉으로는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해 말 서둘러서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 비핵화 용의를 밝혔다. 중간선거 승리와 재선이 절실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역대 어느 행정부보다 북핵 문제 해결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권력구도를 재정비한 중국과 러시아도 잠시 소홀했던 한반도 사안에 빠르게 복귀하고 있다. 집권세력이 내부적 위기에 봉착한 일본도 한반도 현안에 천착해 반등의 기회를 노리는 모양새다.



16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 응한 전직 대북·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도 이번 대화국면이 한반도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절호의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핵심 당사국들인 남·북·미가 열린 자세로 임해 반드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패하기에는 판이 너무 커져버렸고, 각자가 짊어지고 있는 역사적 책임도 그만큼 무겁다는 이야기다.

2000년대 초반 북핵 6자회담을 만드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던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16일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분단과 대결체제, 더 크고 길게 보자면 냉전구도 자체를 종식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며 "만일 이번 (비핵화) 협상이 실패한다면 한반도 평화 정착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으로 회담 막전막후를 지휘한 백종천 세종연구소 이사장도 "현 상황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이번에는 북한의 `진짜`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한반도 평화 정착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백 이사장은 2018년 펼쳐진 `한반도의 봄`의 본질에 대해 "우리 쪽에서는 고질적인 북핵 위협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북쪽에서도 더 이상 핵이 없어서 체제안보가 보장될 수 있는 확실한 환경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어찌 보면 북한으로서는 핵을 포기하면 이에 상응하는 체제안보를 보장받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남·북·미가 보다 열린 자세로 서로를 존중하면서 진지하게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인터뷰에 응한 전직 고위 당국자 가운데에서는 미·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정권의 지속가능 여부를 결정할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김 위원장이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미국이 지난 14일 시리아에 대해 단행했던 제한적 공습 등 군사적 옵션이 진지하게 고려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6자회담이 활발하게 가동됐을 당시 주유엔대사를 역임한 최영진 전 주미대사는 미·북정상회담이 `진실의 순간`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 전 대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마음속으로 핵·경제 병진노선 가운데 핵을 포기하고 경제건설 쪽으로 가기로 뜻을 굳혔다면 5월 말~6월 초에 (비핵화가) 가닥을 잡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미·북정상회담에서는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을 받게 될 것"이라며 "북한이 추가로 모험을 하겠다면 미국은 제한된 정밀타격을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고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최 전 대사는 "김 위원장이 최근 취하고 있는 정책들이 아버지인 김정일과는 다른 성격을 띠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면적 핵문제 해결 경우의수도 배제하지 않아야 할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보였다.

이에 대해 윤영관 전 장관은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미국에 한반도에 대한 핵우산 제공 포기나 미군 철수 등을 요구한다면 상당히 협상이 힘들 것"이라면서도 "북측이 이런 요구를 하지 않는다면 협상이 상대적으로 잘 풀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미 간 긴밀한 논의과정을 거쳐서 공동의 입장을 도출해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며 "결국은 비핵화 합의 이행의 틀을 어떻게 마련하느냐, 평화협정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중요한 이슈"라고 설명했다.

이번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쉽게 내놓지 않고 협상을 최대한 세분화하는 `살라미`(이탈리아 소시지) 전술을 다시 꺼낼 개연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이 미국에서 확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획기적인 조치를 쉽게 내놓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판을 깨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측은 기존의 살라미 전술로 미국의 공세를 받아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밝혔다.

[특별취재팀 = 장용승 차장(팀장) / 안두원 기자 / 김성훈 기자 / 강봉진 기자 / 안병준 기자 / 박태인 기자]

*원문보기: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24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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