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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對北보상은 非核化 완성 시점에 이뤄지는 게 원칙”(문화일보 2018/4/16)

“對北보상은 非核化 완성 시점에 이뤄지는 게 원칙”
(문화일보 2018/4/16)





▲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가 평생 국제정치를 전공한 학자로서 또 노무현 정부 초대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갖는 궁극적인 관심은 남북통일과 한반도 평화다. 지난 2일 윤 교수가 문화일보와 파워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개나리와 벚꽃이 피어오른 서울대 교정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윤영관 前 외교부 장관

北,전제있지만 核포기 가능성
주변 모든 국가‘核인정’반대
‘核있는 평화’는 힘들다고 봐

포괄적 합의→이행단계 최소화
철저한 이행방안 모색이 현실적

무역의존도 47.7% 달하는 등
개방경제 단계까지 거의 근접
‘고난의 행군’시절론 복귀못해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가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를 꿈꾸고 이를 평생의 학(學)적 질문으로 삼게 된 건 어린 시절 동네 이발소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이발을 하고 있는데 옆의 아저씨들이 ‘올해 흉년이라는데… 통일이 되면 잘살 텐데…’ 하는 얘기를 듣고 아 그게 중요한가 보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소싯적 꿈은 그로 하여금 평생을 남북통일과 한반도 평화문제에 천착하게 했다. 그가 이미 오래전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한반도평화연구원을 만들었던 것도, 최근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의 신간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을 열독(熱讀)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윤 교수가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을 기초한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가 노무현 정부 초대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기용된 것 역시 ‘동맹파 대 자주파’의 대립 사이에서 평화의 중재역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노 전 대통령의 믿음 때문이었다. 화창해진 봄날, 벚꽃이 아름다웠던 지난 2일 서울대의 연구실에서 그와 만났다. 윤 교수와의 대화는 유익했고 즐거웠다.

―‘핵 있는 평화’는 가능한가.

“힘들다고 본다. 우선 (미·중·일·러) 주변 4개국이 (북의 핵 보유를) 반대하고, 국제사회가 전체적으로 반대하기 때문에 주변 4국과 국제사회 전체를 적으로 돌리기 전에는 힘들다. 이들을 모두 적으로 돌려서는 북한 입장에서도 경제를 발전시키기 힘들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보면서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안 되는 이유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핵보유국 간에 암묵적으로 적용되는 게임의 룰이 있는데 북한은 그걸 공공연하게 무시해왔다. 절대로 타국을 공격할 의도가 없고 오직 방어용이라고 강조하는 것이 그 룰인데, 북한은 이를 무시하고 미국 본토를 때리겠다는 얘기를 해왔다. 또 북한은 핵 물질을 테러리스트에게 판매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것은 전 세계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특히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은 신뢰하기 어렵고 그런 국가가 핵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국제사회에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핵 국가로 인정하기 어렵다.”

―주변국의 핵 도미노에 대한 우려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 북 핵 보유를 인정하면 한국이나 일본, 더 나아가 대만까지도 (핵 보유를 하게 될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좁은 동북아에서 핵 보유가 일어나면 굉장히 위험한 지역으로 전락할 수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심각하게 도전받는다고 하는 이유다.”

―북한이 비핵화를 할 수 있을까. 궁극적으로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남측) 특별사절단에 밝히고 우리 정부에 전달한 내용을 보면 비록 조건적이긴 하지만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김정은 말을 보면 조심스럽지만 실제로 전략적인 결단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두 개의 이유가 있다. 우선 북한 경제가 더 이상 폐쇄경제가 아니다. 2000년도에 북의 무역의존도(무역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가 20%였는데 2015년에 47.7%까지 상승했다. 지금 세계 평균이 57.9%다. 거의 개방경제 단계까지 왔다. 이 얘기는 과거와 달리 외국으로부터의 경제제재에 굉장히 취약한 구조가 됐고 그것이 가져오는 정치적, 사회적 취약성이 아주 커졌다는 의미다. 작년에 수출만 35% 감소했는데 올해 이 상태로는 90% 감소할 거라는 예측이 있다. 그럼 경제 성장은 마이너스 5%가 된다.”

―말하자면 지금 북한 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 궤도로 가면서 예전처럼 ‘고난의 행군’ 시절로 돌아가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을 거라는 얘기인가.

“그렇다.”

―북이 비핵화를 할 수 있다고 보는 두 번째 이유는 뭔가.

“군사적 문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 참모들이 일관되게 얘기해온 것은 외교가 먹히지 않으면 군사 옵션을 쓰겠다는 것이었다. 그 의지를 보이면서 3개 항모전단을 한반도 근해에 두 번이나 배치했고 B-1B 폭격기를 수시로 북한에 근접 비행하도록 전개했다. 그래서 상당히 심각하게 군사적 위협으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고 본다.”

―북한 모델은 중국이다. 중국은 과거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인공위성을 보유한다는 ‘양탄일성’(兩彈一星) 전략으로 힘을 기르고 강대국으로 갔다. 북이 이것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보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최근 비핵화 해법으로 ‘한·미의 평화적 조치에 따른 단계적 비핵화’를 얘기했다. 여기서 ‘평화적 조치’는 뭘 말하는 걸까.

“북이 과거처럼 미군 철수, 한·미 동맹 종결, 한반도 비핵화를 말하는 것이라면 달라진 게 없는 거고 그러면 한반도 상황은 비관적으로 흘러갈 것이다. 그러나 6·15 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말한 것처럼,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한 것을 북이 받아들이는 거라면 상당한 변화다. 그건 전략적 결단의 단초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단계적 비핵화론’은 어떻게 봐야 하나.

“핵 문제는 성격상 한꺼번에 해결되기 힘들다. 최소 수년 걸리는 복잡한 과제인데 이걸 일거에 화끈하게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과거에 단계가 너무 많다 보니 타결이 안 되고 다시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단계를 최소화하고 압축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 이 과정에서 단계별 이행이 실패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이행방안을 마련하는 게 방법이라고 본다. 즉 핵심적인 현안이나 이슈들을 포괄적으로 합의하되, 이행과 관련해서는 단계를 최소화하고 압축해 철저한 이행방안을 찾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다.”

―그건 청와대에서 처음에 밝힌 ‘원샷’, 혹은 ‘고르디우스 매듭 자르기’ 식과는 다르다. 청와대가 처음엔 원샷 방식을 선호했다가 북이 단계적 조치를 운운하니까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고르디우스 매듭 얘기가 처음에 어떻게 해서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정부 핵심 정책결정권자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것은 핵심 의제들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의제별로 양측이 합의하는 내용을 만들어내는 걸 동시에 포괄적으로 하겠다는 의미가 아닌가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합의하더라도 이행과정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어서 단계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비핵화를 할 때 북이 모든 핵시설을 신고해야 하고, 이를 사찰하고 해체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일거에 하겠나.”

―미국이 ‘리비아식 해법’이라고 하는 것도 북한이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과는 다르지 않나.

“리비아식 해법도 사전에 여러 단계가 있었다. 2003년 12월에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는 선언을 했고 30개월 후 제재가 풀리고 보상에 들어가기 시작했지만, 선언 4~5년 전부터 여러 조치가 있었다. 리비아가 미국이 요구하는 테러리스트들을 서방에 인도하고, 정치적으로 양국 간 분위기가 풀리면서 접근하는 기간이 있었던 거다. 근데 지금 우리의 경우 그렇지 않다. 미·북 간에 전혀 접촉이 없는 상황이 계속되어 왔고, 오랫동안 긴장 국면으로 치닫다가 갑자기 상황이 반전됐기 때문에 리비아식 모델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비핵화 협상에서 궁극적인 보상 시점은 언제로 해야 할까. 완전한 비핵화 전에도 이뤄질 수 있나, 이후 가능한 건가.

“비핵화가 완료되는 시점에서 보상이 지급돼야 할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원칙적으로라는 얘기는 예외적인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인가.

“완전한 비핵화 이전 단계라도 북한이 국제사회의 불시 핵사찰을 수용한다면 미·북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함으로써 전체의 비핵화 협상 이행과정이 되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가속화할 수 있다고 본다.”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핵사찰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인데.

“비핵화의 핵심 사항 중 하나가 사찰 문제다. 만일 김정은이 과거와 달리 불시에 어디서나 사찰받는 것을 수용한다면 이는 비핵화를 위한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는 확실한 증거가 된다. 거기에 대해선 미국이 그 후 이행과정을 단축하고 미·북 간 신뢰를 빠른 속도로 구축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연락사무소 개설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작년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에 한반도 상황이 워낙 안 좋았다. 특히 그해 7월 화성-14형 발사 후 전쟁 위험이 고조됐다. 이런 점을 비관적으로 봤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국내 정치 리스크 테이킹을 해가면서 올인 했고, 김정은이 거기에 반응하고 나오면서부터 전쟁 국면이 협상 국면으로 바뀌었다. 이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누가 남북관계를 디자인할까.

“대통령 본인이 아닐까. 지난해 7월 ‘베를린선언’도 그렇고.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때부터 지켜봐 왔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평화를 정착시켜야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이벤트를 그런 목적과 연결한 건 대통령 본인의 결단이 아니었을까 싶다.”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 출구’의 의지는 확실하다고 보나.

“나는 확실하다고 본다.”

―일각에선 ‘핵 동결’ 수준에서 멈추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본다. 문 대통령이 여러 차례에 걸쳐 비핵화 없이 남북관계가 힘들다는 말을 꾸준히 해왔다.”

―미국이 자국의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문제만 주고받는 식으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끝낼 가능성은 없을까.

“그럴 가능성은 작다. 그건 미국이 본토의 안전을 위해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동맹국 안보 이익을 방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어서 그렇게 못할 것이다. 모든 미국의 동맹국에 치명적인 사인을 전해줄 거라고 본다. 그래서 이건 오히려 역설적으로 미국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쇼트 텀으로 그렇게 하면 롱 텀이나 미드 텀으로 볼 때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또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경제적인 압박 때문에 힘들어서 핵을 팔아먹을 경우 곧바로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에서도 핵 문제를 소홀히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비핵화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국이 대북 군사 옵션을 쓸 가능성은.

“높다고 보고, 그래서 위험하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미·북 정상회담에 걸린 스테이크(stake)가 굉장히 큰데, 이게 실패로 가면 미국 입장에서 선택할 게 군사 옵션밖에 안 남는 셈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 주변 핵심 참모들이 서로 내부 의견을 잘 조율하지 못하면서도 지난 1년여 동안 일관되고 확실하게 전한 메시지가 있다. 외교에서 실패하면 군사 옵션이라는 것이다. 제한적이더라도 실제로 취할 가능성이 높고 군사 공격을 하면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 비핵화가 결렬된 후 군사 옵션을 쓰지 않는다면 그 외에 어떤 방안을 동원해야 하나.

“과거 냉전 시절 미국이 소련에 대해 했듯 장기전으로 들어가서 봉쇄하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 비핵화에 실패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전쟁은 막고 장기적으로 과거 소련을 압박했듯 북한을 봉쇄하고 포위해야지 섣불리 군사 옵션을 쓰는 것은 위험하다.”

―군사 옵션이 한반도 전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한 것 같다.

“그렇다. 국제전으로 확산될 수 있다. 미국이 ‘코피’ 전략이라고 했던 것을 진지하게 논의한 게 사실이라고 본다. (코피 전략에 반대한) 주한 미국 대사 후보 빅터 차도 그런 이유로 낙마시켰다고 본다. 코피 전략의 전제가 있다. 북이 그것이 일회적이고 제한적 타격이라는 걸 알아챌 거라는 것, 그리고 감히 두려워 북한이 보복하지 못할 거라는 것.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보복하지 않을 수 없다. 주민들이 다 알게 되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겠나. 북은 분명히 남쪽을 향해 보복할 텐데 남쪽은 그럼 가만히 있어야 하나. 그래서 한반도 전체의 국제전으로 확산될 게 거의 확실하다.”

―국제법적으로 코피 전략은 어떤 위치에 있나. 선제공격인가 예방타격인가. 국제법상 선제공격은 인정되지만 예방타격은 불법인데.

“내가 보는 한 코피 전략은 예방타격에 속하고 불법에 가깝다고 본다.”

―트럼프가 최근 잇따라 강경파 안보 라인을 구축했는데 그 뜻은.

“미국 입장에서 마이크 폼페이오와 존 볼턴 등 강경파 등용을 통해 북한에 강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폐기(CVID)’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사인을 보낸 것이다. 일종의 심리적인 압박 카드로 작용할 거라고 본다.”

―트럼프가 중간선거나 재선 등을 의식해 오래 끄는 협상을 피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김정은과의 협상을 국내 정치에 활용할 수도 있고.

“그럴 가능성은 있다. 그런데 미국 정치 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게 올해 말 중간선거이고 다음 대선은 2년 7개월 정도 남았다. 일단은 중간선거를 목표로 북한을 압박해서 완벽한 비핵화를 끌어냈다고 선전하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 시간이 너무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외교적 성과를 가져왔다고 하는 합의만 되더라도 트럼프는 만족할 것이다. 김정은도 그걸 고려해 그 정도의 선물은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다만 다음 대선에서는 그 정도로는 안 통할 것이다. 대선에서는 거의 확실한 CVID를 확보해 역대 대통령과 차별화하면서 재선을 노리게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근 대 동북아 전략과 한반도를 겨냥한 움직임을 어떻게 분석하나.

“지금 국제사회에는 기존 대국인 미국과 상승 대국인 중국이 있다. 물론 중국의 대외 전략이 아직 미국을 대체할 패권국가 지위로 오르겠다는 건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동아시아) 지역 차원에서의 패권은 확실히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가졌다고 보고 그걸 꾸준히 추진해 왔다. 앞으로도 그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시진핑 입장에서 할 일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밀어내는 건데, 일본은 워낙 미국과 견고하기 때문에 거기까지 도전하진 못하고 대신 한반도를 첫 타깃으로 삼을 것이다. 한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밀어내고 그 공백을 채우는 게 중국의 목표라고 본다. 단적인 사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였다.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 약화 전략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한반도를 겨냥한 시진핑의 그런 전략은 성공적으로 진행된 건가. 앞으로 성공할 것인가.

“이번 사드 보복을 통해 우리 국민은 상당히 실망했을 것이다. 중국에 대해 평소 가져온 호감이나 대국 이미지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나는 그러한 중국의 노력이 성공했다고 이해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결국 미국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전략과 중국의 ‘반(反)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이 맞부딪치는 현장이 한반도인 것 같다.

“맞다. 그게 바로 우리가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시키고 미·북 정상회담도 성공으로 가야 하는 이유다.”

―김정은의 방중을 우리 정부가 늦게 알았다. 정보력 문제가 있지 않나.

“올 1월 이후 상황이 극적으로 변화하긴 했지만 남북 간 정치적 신뢰관계는 아직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북이 중국과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것까지 우리에게 사전에 알려줄 정도의 기대는 아직 이른 건지 모른다.”

―남북 접촉과정에서 정상 간 핫라인이 열렸다. 핫라인을 통해 김정은이 방중 사실을 우리에게 알렸다면.

“알려줬다면 그 자체가 굉장히 큰 뉴스겠지. 아직 그걸 기대하기엔 이르다.”

―지금 대화 국면인가 제재 국면인가.

“대화와 제재가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으로 가는 것이다.”

―대화를 하면서도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는 뜻인가.

“계속해야 한다. 다만 대화 국면의 퀄리티, 심도가 문제라고 본다.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결정적인 합의까지 이뤄진 대화라면 대북제재의 강도 조정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게 언제쯤 될까.

“북한이 불시에 어느 장소에서든 사찰받는 것을 수용했다는 건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본다. 그럼 제재 완화도 고려 가능한 국면이 될 걸로 예상한다.”

―비핵화 이후에도 한·미 연합훈련은 계속해야 하나.

“그렇게 본다. 한·미 훈련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특히 평화협정이 완료된 이후에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려하게 될 것이다. 만일 북한이 미군의 주둔을 계속 받아들인다고 한다면 그건 한·미 동맹 지속을 인정하는 것이 되는데, 그러면서 양국 간 훈련을 못 하게 하는 건 힘들지 않을까.”

―CVID 비핵화 이후 평화체제가 정착되고 나서도 한·미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강도는 조정되겠지만 한·미 훈련을 안 한다고 하면 군사동맹 의미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남북통일 이후에도 한·미 동맹은 유지돼야 한다, 불필요하다 등 논쟁이 있다. 어떻게 보나.

“유지돼야 한다고 본다.”

―통일 이후에도 한·미 동맹이 유지돼야 한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동북아의 특수성 때문인가.

“동북아시아가 서유럽이나 유럽연합(EU)처럼 집단 안보협력의 규범이 강하게 자리 잡은 지역이라면 통일 이후에도 미국과 동맹을 유지해야 할 강한 필요성은 별로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고 지금처럼 민족주의, 국가주의가 굉장히 강하고 상호 의심하고 경쟁하며, 때론 위협하는 나라들이 있는 동북아 상황과 질서 아래에서는 문제가 다르다. 통일 후라도 한국은 여전히 소국이다. 그런 험한 국제질서 상황에서 소국이 안보를 보장할 수단도 없이 안보적인 공백 상태에 내던져지게 된다면 용납할 수 없다. 유럽이라면 몰라도. 그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카드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핵무장인데, 이건 현실적으로 힘들다. 주변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국제사회가 반대하는 것이어서. 즉 통일된 한국이 핵무장을 옵션으로 취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선택할 게 미국과의 동맹을 지속하는 것이다. 그래서 안보 공백 상태에 내던져지는 것을 막고 우리 스스로 안보를 확보할 수단을 가져야 한다.”

―동맹이 한반도 문제를 푸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며 동맹에 더 우선하는 수단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그럼 통일 전 동맹과 통일 후 동맹의 성격도 같은 것인가.

“물론 통일 후 동맹의 성격은 달라질 것이다. 미국의 군사력을 동북아에 투사하는 형태가 아니라 오히려 방어적인 모델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한반도가 외부로부터 위협받을 때 대응하는 식으로 그 성격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런 경우 한·미 훈련의 내용이나 강도가 크게 조정돼야 한다. 대전제가 동북아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각국이 서로 의심하고 군비경쟁이 심화하고 영토분쟁이 있는 그런 속성이 한반도가 통일됐다고 하루아침에 바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 전제에 기초해 보면 우리의 안보 이익 관점에서 동맹은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이다.”

―세계는 미·중 G2의 시대인가 여전히 미국 중심의 G1 시대인가.

“G2라는 표현은 미·중 양극체제를 인정하고 나머지 주요 액터 국가들의 역할을 암묵적으로 무시하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표현을 쓰는 것을 인도나 일본, 유럽 국가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선 패권 지배체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의 세계가 ‘미·중이 주도하는 다극 질서’로 진행돼 가고 있다고 표현한다. 미·중이 핵심에 있고 그 주변에 있는 일본, 유럽, 러시아, 인도 이런 국가들이 미·중과 어떻게 합종연횡하느냐에 따라 국제질서의 미래 모습과 골격이 달라지게 된다.”

인터뷰 = 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minski@munhwa.com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40601033030130001&fbclid=IwAR2cLYUsAKyShSACjl8175RCfc0cWrgGkkduJyUDhQtJahnypF152HbTIh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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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윤영관 "북한, 파키스탄 모델 핵 추구…국제사회 허용 못 해" (연합뉴스 2017/10/13)    관리자 2018/03/16 75
56 윤영관 "北 끌어내 협상타결하려면 내년 3월 이전으로" (연합뉴스 2017년 10월 11일)    관리자 2018/03/16 74
55 “北-美, 서로 막다른 골목 몰면 우발충돌로 빨려들 수도” (동아일보 2017/9/29)    관리자 2018/03/16 74
54 윤영관 "美 '北비핵화' 전략 포기 땐 전술핵배치 고려 가능" (연합뉴스 2017/9/14)    관리자 2018/03/16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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