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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꿈꾸는 제자에게 (2008년 3월 15일, 대학신문)

<어느 꿈꾸는 제자에게>


(대학신문, 2008년 3월 15일)


어제는 집에서 우연히 TV를 틀었더니 ‘쇼생크탈출’이라는 영화를 하고 있었다네. 유명한 영화니까 자네도 내용은 알 거야. 어느 젊은 은행원이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지옥 같은 감옥에서 장기복역을 하지. 악명 높고 잔인한 간수들과 동성애자 죄수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그 상황에서도 주인공은 도서관을 만들고 싶어 했다네. 짐승 같은 동료 죄수들에게 조금이라도 인간성을 회복시켜주고 싶었던 거야. 그는 그 꿈을 위해 매주 지원을 호소하는 편지를 주 정부에 보냈다네. 드디어 6년 후에 200달러짜리 수표 한 장, 헌 책들, 그리고 낡은 음반들을 받아보았지.

그런데 그는 음반더미 속에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발견하자 갑자기 눈빛이 달라졌네. 그러더니 방송실의 문을 걸어 잠그고 그 음반을 전축에 걸어 전 교도소에 방송해버린 거야. 모든 죄수들이 몇 분 간 감동에 젖어 전율했지. 잠시나마 그들에게 아름다움의 세계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게 해 준거야. 물론 그는 그러한 꿈꾸는 자유를 누린 대가로 2주간의 혹독한 독방생활을 치뤄야 했다네.

우리는 대학의 본질을 자유라고 말하지. 그런데 나는 요즈음 우리 대학생들이 자유의 귀중함을 너무 쉽게 잊거나 포기하고 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네. 살벌한 경쟁의 세계에만 익숙해져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따르는 선택은 철저하게 피하고 싶어 하지. 그래서 직업, 결혼 상대, 친구, 심지어는 수강과목까지 이미 남들에 의해 입증된 안전한 길을 선택하며 살려는 것 같아.

나는 수업시간에 종종 “여러분들 정도면 장래에 어디 가서 무엇을 해도 절대 굶어죽지 않네. 그러니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지 깊이 고민해보는 기회를 가져보게”라고 말하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는 인생을 ‘산’게 아니라 ‘살아짐을 당해’왔으니까, 이제 스스로의 삶을 계획해보라고... 세상의 고정관념, 부모님 소원, 친구들 사는 방식도 머릿속에서 잠시 떨쳐버리고, 정말 자유로운 상태에서 인생과 세계를 긴 호흡으로 성찰해보라고...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끊임없이 불안해하더구만.

자네는 한 학기 휴학하고 아프리카에 가서 가난한 어린애들과 함께 지내다 왔다고 말했지. 앞으로도 힘든 사람들 도우며 사는 게 꿈이라고 그랬어.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면 친구들이, “정신 차려라, 굶어죽기 딱 알맞겠다”라고 걱정한다고 그랬지. 자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쓴 웃음 지었네. 영화 ‘닥터지바고’의 한 장면이 생각났기 때문이야. 쇠사슬에 묶여 기차로 호송되어가던 사상범이 자기와 같이 가던 다른 자유로운 군중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자유인은 저들이 아니고 바로 나야”라고 독백하던 장면이었지.

자네는 멸종되어가는 희귀종 학생 중의 하나일지 몰라. 그러나 나는 자네 같은 희귀종들이 서울대에서 결코 멸종되지 않기를 바란다네. 나는 학생들을 만날 때도 답안지를 채점할 때도 그런 희귀종의 냄새를 맡고 싶어 코를 흠흠 거린다네. 우리 대학이 정말로 꿈꾸는 학생들로 넘쳐난다면 얼마나 멋있을까 생각해보네. 꿈꾸는 자유를 누리는 자네의 용기에 다시 한번 갈채를 보내네. 아, 그 주인공은 마침내 탈옥에 성공했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네. 희망은 위험한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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