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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기구에서 일하기 - 국제적십자위원회의 경우 (2012/2/5)

국제기구에서 일하기— 국제적십자위원회의 경우


        2012년 2월 5일


눈이 펑펑 내리고 영하 14도까지 내려간 서울, 그러나 7시간 비행기타고 날아온 이곳 발리는 완전 다른 날씨다.  햇볕이 푸른 인도양 바다위에 쨍쨍 내려쬐다가 갑자기 먹구름이 밀려와 30분 정도 소나기를 퍼붓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밝은 햇살이 빛난다.


이곳 발리에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동아시아지역 자문회의가 있어서 왔다.  한국 측 자문위원으로 일 해달라는 부탁이 와서 참가하게 되었다.  이 지역에서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일을 해야 할 것인지 의견들을 듣는 것이 이 회의의 목표였다.  각 지역에서 온 대표들은 전직 대법원장, 전직 부총리, 30대 초의 여성 정치인, 전직 외교관, 전직 군 장성, 중요 싱크탱크의 리더 등이었다.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라서 상당히 유익했고 배운 것도 많았다. 


우선 좋았던 점은 인도주의적 가치와 목표를 실제로 현장에서 실현하는 국제기구 근무자들을 만나 그들의 경험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다.  왜냐면 우리 대학에도 수많은 학생들이 국제기구에서 일하고자 원하기 때문이다.  이 회의에 참석한 국제적십자위원회 사람들은 대부분이 20-30년간 현장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한국의 대학생들이 생각나서 그들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간부급의 한 직원은 국제적십자위원회의 역할과 범위를 동아시아 쪽으로 더 확산시키고자 한다고 했다.  그 동안에는 주로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 치중했는데 동남아에도 더 넓혀야 할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많이 지원을 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옛날에는 스위스 사람들이 주로 국제적십자위원회 활동을 주도해왔고 지금도 많지만 이제 서서히 개방하는 중이란다.  여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웹사이트를 자주 방문하고 인턴십이나 그런 것들을 해둘 필요가 있다고 한다.  언어는 옛날에는 프랑스어가 필수였으나 이제 공용어가 영어이고 그래서 여기에 한 두 개의 언어를 더 할 수 있으면 좋다고 한다.  최근에는 아랍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데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한국인으로 영어에다가 아랍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나이 제한이 있는 모양인데 28세라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일본 출신 젊은 청년 직원이 한마디 덧붙이기를 대부분은 석사학위를 한 사람들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는 일본에서는 2년밖에 안 살고 스위스에서 오래 살았는데 유엔에 직원으로 취직했다가 적십자위원회의 일에 깊은 매력을 느껴 시험을 봐서 합격해서 들어왔다고 한다.  그가 구사하는 언어만도 스위스German, 일본어, 영어, 불어 네 개였다.  결혼한 지 몇 주 안 된다고 했다.


어려운 일들을 하는데 가정을 잘 유지할 수 있냐고 그랬더니 적십자위원회에 들어간 뒤 첫 2년 동안은 결혼을 못하게 한단다.  왜냐하면 입사 첫 몇 년간은 언제든지 가라는 곳으로 달려가서 활동을 해야 하는데 신혼 초에는 그것이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 안정되면 두 가지를 병행시킬 수 있을 것인데 그래도 배우자의 격려와 도움이 필요한 것 같다고 한다.  그래도 내가 여기서 만난 간부들은 다 가정이 있고 자녀들도 현지에 가서 같이 살면서 제대로 교육을 시켰다고 한다.  일단 일하게 되면 상부가 지시하는 대로 근무지에 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한다.  상부에서 어떤 위험지역 (모든 지역이 다 위험하지만 그때 그때 가장 위험한 지역이 있기 마련이니까) 에 근무하라고 했는데,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거기는 못가겠다고 그러면, 그 다음에 더 어려운 지역을 줄 수도 있고 그런 식으로 두어 번만 거부하게 되면 그 다음에는 적십자위원회를 아예 나와야 된다는 것이었다.  다른 한 직원은 스위스 제네바의 본부에서 근무를 안 하고 28년간 현장에서만 일했다는데 국제적십자위원회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한 가지 조건은 그들의 삶에 있어서 불가예측성(unpredictability)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삶은 예측하기 힘들고 조금 쉬울 때도 또 힘들 때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지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 삶을 안정되게 살고 싶은 사람은 힘들 것이란다. 


적십자 일을 하면서 위험한 경험은 없었냐고 물었더니 왜 없었겠냐고 그런다.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다가 납치를 당하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가 종종 생겨 그것이 항상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어떤 간부는 실제로 자신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두 적대 세력의 군대들 간의 정전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그 가운데 중간지대에 배치 받아 일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일촉즉발의 위험과 긴장 속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는 아프리카가 아시아지역보다 훨씬 힘들다고 그랬다.  아시아의 병사들은 훈련과 교육이 대체적으로 잘 되어있고 계급과 위계질서도 분명해서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을 따르고 조직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아프리카 같은 경우 내전이 난 곳에 가보면 그곳의 병사들은 교육 수준이 낮고, 조직도 잘 안 되어 있고, 위에서 오는 명령도 때로는 잘 안 통한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 병사들은 상대방을 먼저 겁주고 위협하는 것이 최선의 보호책이라고 생각한단다.  그래서 특정 목표물을 타게트로 삼지도 않고 모든 방향으로 총을 난사를 해대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가 가장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아프리카는 정말 절망적이라고 말한다.  대부분 원조와 지원을 하는 경우 그것은 모두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있기에 그러한 원조는 원조 받는 국가의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과는 너무나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정치지도자들의 영향력과 지도력은 약하고, 종족들 간의 갈등은 거세고, 그리고 국제정치적인 세력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는 가운데 인도주의적 목표나 보통 사람들의 처참한 삶은 무시되고 방치되어 있어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적십자사의 경우는 절대로 비정치적, 중립적, 독립적인 활동을 표방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이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 즉 방치되고 소외된 상황에서 고통 받는 주민들의 급박한 상황에 대해 손을 쓸 수 있는 기회마저 정권실력자들로부터 차단당한다는 것이었다.  국제적십자위원회의 활동은 내란 같은 경우 절대적으로 해당 당사국 정부의 허락이 있어야만 구호를 받아야할 대상에게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 고민의 상당 부분은 어떻게 험난한 정치의 세계에서 비정치적 중립적 위상을 설정하면서 구호의 손길을 조심스럽게 제공하느냐였다.  조심스럽게 하지 않으면 정권을 쥔 세력은 구호의 결과가 적대세력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정하기 쉽고 그렇게 되면 곧바로 구호대상에 대한 접근의 기회를 박탈할 것이기 때문이다.  선한 뜻을 가지고 일하는 것에 얼마나 지혜가 필요한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말로는 남을 위해 살기가 쉬울지 몰라도 그것을 실제 삶을 통해 실현해나가는 것은 이처럼 상당한 희생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일상적인 즐거움인 안정을 포기해야하고, 그리고 때로는 위험 상황에 노출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의 손길을 통해 오늘도 수많은 죽어가는 사람들이 생명과 희망을 되찾고 있다.



(필리핀 상황)


대법원장.  1960년대 버클리 로스쿨 출신.  자신이 다닐 때 주지사가 로널드 레이건.  당시 반전데모도 심했음.  그때는 버클리가 최고 좋은 대학.  그런데 지금은 재정이 무척 어렵다고 함.  2010년 자신이 우수동문에게 주는 상을 받으러 갔었음.  그때 총장이 해주었던 이야기였음.  대단히 힘들다고.  메소디스트 신교 신자.  한국에 한남대학에 초빙 받아 강연을 한 적도 있었음.  자신의 외동딸은 필리핀에서 대학을 나왔는데 공부를 잘했음.  그래서 석사를 미국에서 시켜볼까 했었음.  그런데 어드미션 받는 것은 문제가 없었는데 등록금이 너무나 비쌈.  그래서 결국 미국은 포기하고 오스트리아에 보냈음.  그곳에서 교육의 질에 만족하고 있음.  (청빈한 사람인 듯.)


자신은 2년 전 은퇴.  그런데 지금 현 대법원장 (Chief Justice)이 부패혐의로 탄핵을 받는 절차가 진행 중.  그런데 사실은 이것이 현대통령이 자신 소유의 토지와 관련된 소송에서 패소한 것이 실제 이유라는 의심이 크다고.  현대통령이 소유한 토지의 일부를 배분해 주어야한다는 판결이 나왔었다고.  필리핀은 경제성장이 1-2프로밖에 안됨.  그런데 인구증가율이 2프로 이상이기 때문에 인구증가가 그것을 다 먹어버림.  실제 개인차원에서 경제성장은 없는 셈.  그래서 현 대통령? 전 대통령? 은 산아제한 정책을 추진했는데 카토릭 교회에서 절대로 반대해서 어려움에 봉착해있다고.  카토릭 교회는 국가와 담합구조.  기득권층의 이익을 옹호.


그런데 경제성장이 어려운 이유는 토지가 기득권층 소수에게 집중되어있기 때문임.  이것이 보통 농민들에게 분배가 되어있지 않음.  이것이 큰 문제 중 하나.  그 결과 생산성이 아주 낮음.  아주 좋은 농업대학이 있어도 그 연구결과들이 전혀 응용되지 않고, 또 좋은 개발 가능한 농지인데도 놀고 있는 땅이 많음.  그 결과 식량이 부족해서 타일랜드 같은 나라에서 쌀을 수입하고 있음. 


아무리 진보적인 정치가가 나타나서 그러한 사회개혁지향적인 정책을 추진해나가려 해도 기득권층의 담합구조 때문에 불가능.  언론의 자유는 있음.  그러나 그 언론사들의 소유주가 기득권 담합구조의 한 부분.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논조가 흐름.  민주주의를 미국으로부터 도입해 들여온 지 100년이 넘었음.  그런데도 그러한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이상하게 변질되어있는 상태.  선거를 해도 투표자들이 제대로 된 후보자들을 선출하지를 못함.  그러다보니 희망이 안보임. (눈물을 글썽.)


자신은 인권문제에 대해 전문연구를 해왔음.  지금 어느 대학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초빙받아 있는데 가르치는 것은 별로 안 좋아하고 그래서 안 가르치는데 그곳에서 책을 내라고 해서 인권문제로 준비 중.  필리핀은 미국의 평등개념을 받아들여 지금까지 적용하고 있는데 안 맞다고.  특히 평등의 문제는 미국의 경우는 노예제도와 관련하여 연구된 것들이 주요 관심사.  그런데 필리핀에는 그 같은 노예제도가 없었음.  그래서 이러한 갭을 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너무 전문적인 좁게 쓰지 말고 책을 쉽게 써서 위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설명해주고 해법까지 제시해주면 국민들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고 대법원장의 경력이 있으니 대단히 영향을 주지 않겠냐고 권고.)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interdisciplinary 하게 함께 연구해서 책을 내는것도 좋을 것 같다고.


(헤어질 때 "You are not only my friend but also my br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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