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외교학과 윤영관 교수의 홈페이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관리자 
  [대한민국號 70돌 신동아-미래硏 연중기획/ 국가미래전략을 묻는다] “서방·동방정책으로 美· 蘇 흡인 ‘서독 모델’ 본받아야” (신동아 2015/8/25)

 


[대한민국號 70돌 신동아-미래硏 연중기획/ 국가미래전략을 묻는다] “서방·동방정책으로 美· 蘇 흡인 ‘서독 모델’ 본받아야”
(신동아 2015년 8월 25일)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체스판이 요동한다. 오바마의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 시진핑의 ‘중국몽(中國夢)’이 부딪친다. 정경유착 자본주의를 뒷배 삼은 푸틴의 ‘동진(東進)’도 요란하다. 아베의 일본은 ‘편 가르기 연대’ ‘셈법 외교’에 혈안이다.


“미국, 중국의 구애는 딜레마가 아닌 축복”이라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언사(言辭)가 갑론을박을 낳았다. 외교장관이 ‘압력’을 ‘구애’로 인식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상승 대국’ 중국의 부상(浮上)과 ‘기존 대국’ 미국의 상대적 쇠퇴가 지정학적 구조를 뒤흔든다.


윤영관(64) 서울대 교수는 7월 3일 ‘신동아’와의 대담에서 “지정학(地政學)적 한계를 지경학(地經學)적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경협이라는 수단을 통해 북한을 엮어 들어가면서 통일로 가는 구심력을 키워내자”는 뜻이다.


윤 교수는 “서방정책과 동방정책의 상호 보완을 통해 통일을 이뤄낸 ‘독일 모델’에서 우리가 배울 게 많다”면서 “광복 100년인 2045년에는 통일된 한반도가 평화 지향 국가, 통상 물류 중심 국가가 돼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말로만 ‘통일’ 외치는 형국”


▼ 8월 15일로 ‘광복 70년’을 맞습니다. ‘분단 70년’이기도 하고요. ‘광복 100년’을 맞는 2045년 우리나라가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지요. 바람직한 미래를 맞으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그건 제가 학자로서 가진 화두, 문제의식이기도 합니다. 이런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2045년 한반도는 통일돼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번영한 평화 지향 국가면서 통상 물류의 중심입니다. 이웃 나라가 통일된 한반도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봅니다. 동아시아에 갈등이 사라지고 안정이 정착됩니다.


이런 나라가 되려면 앞으로 등장할 정부들이 분명한 목표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국제정치에는 한반도 통일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려는 원심력이 존재합니다. 현상 유지를 도모하는 막강한 힘이 작용해요.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부딪치는 접점입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어지간하면 한반도가 분단된 채로 있으면 하는 생각을 가졌다고 봅니다. 통일된 한반도가 자국의 이해관계와 반대 방향의 외교 노선을 취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일본은 통일된 한반도가 친중국화하는 것을 걱정합니다. 중국은 통일된 한반도가 미국, 일본과 연합해 자국을 포위하는 것을 우려하고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네 나라는 한반도의 통일보다 분단 관리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통일과 반대 방향으로 튀어나가는 원심력을 어떻게 약화시킬지에 한국 외교의 방점이 찍혀야 합니다. 주변국이 한반도가 통일되는 것이 자국에 이득이라고 판단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통일과 반대 방향의 원심력을 압도할 내부적 구심력을 키워내야 합니다. 구심력의 핵심은 남북한의 통합을 향한 노력입니다. 말로만 ‘통일’ ‘통일’ 하는 게 현 상황인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박근혜 정부는 대북 정책을 통일로 가는 구심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재조정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키워드는 경제예요. 남북경협을 통해 서로 얽혀야 합니다. 경제로 엮어 들어가야 해요. 남북한의 시민들을 경제로 엮어야 합니다. 지정학적 한계를 지경학적(geo-economic) 수단으로 극복해야 합니다. 경제라는 수단을 통해 통합을 향한 구심력을 키워내면 앞서 말한 것과 같은 번영된 국가로 ‘광복 100년’을 맞이할 겁니다.”


中日이 충돌하면 미국은…


▼ 6월 말 일본 시사주간 ‘슈칸겐다이(週刊現代)’는 “(아베 총리가) 중국을 일본 자위대와 미국의 ‘가상 적국’으로 인식하며, 중국과의 전쟁도 궁리[謀劃]하고 있다고 인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와 관련해 중국 정부 및 언론의 반발이 거셌습니다. 추상적 가능성으로만 회자되던 중국 일본 간 국지분쟁이 현실적 이슈로 떠오르는 듯합니다. 중국과 일본이 남중국해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을 계기로 국지분쟁을 벌인다면 우리는 어떤 외교·안보적 자세를 견지해야 할까요.


“우선 세력 변화 구도를 살펴봐야 합니다. 중국-일본 간 경쟁보다 근본적인 게 미국-중국 관계예요. 상승하는 중국 세력과 기존 세력인 미국의 갈등을 말하는 겁니다. 미중관계에는 협력과 경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왔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중국 외교가 공세적으로 변화하면서 갈등 구조가 더 부각되는 양상입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상승 대국’은 국제 무대에서 이전보다 더 많은 역할과 발언권을 요구합니다. ‘기존 대국’은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고요. 상승 대국의 뜻을 용인하는 것은 기존 대국의 상대적 약화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국제정치의 골격은 상승 대국의 요구와 기존 대국의 태도가 부딪쳐 긴장이 조성되는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긴장을 제대로 못 풀면 제1차 세계대전 같은 충돌이 빚어질 수 있지요.


동아시아에 국한해 사안을 살펴봅시다. 상승 세력인 중국과는 반대로 하강 국면을 걸어온 나라가 일본입니다. ‘잃어버린 20년’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일본인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형국입니다.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을 더 튼튼하게 하는 것도 기저에 불안감이 존재해서예요. 일본은 미일동맹을 강화하면서 군사대국화로 나아갑니다. 중국의 공세적 외교에 대한 반작용이라고도 하겠습니다.


중일관계는 미중관계라는 큰 맥락으로부터 분리해서 해석할 수 없습니다. 중일 간 무력 출동은 미중 간 무력 충돌로 연결되는 사안이에요. 센카쿠열도 등에서 국지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국이 수수방관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미국이 분쟁에 개입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미국 보수주의의 판테온(Pantheon)’이라고 불리는 에드윈 풀너(73) 헤리티지재단 설립자는 지난해 10월 1일 ‘신동아’ 인터뷰 당시 센카쿠열도에서 중일 간 분쟁이 발생하면 한국도 미국을 도와 군사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렇게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와 과거의 미국 정부는 공화당, 민주당 구분 없이 그 섬들이 일본의 영토라고 언급해왔습니다. 미일안전보장조약에 따르면 누군가 일본 영토를 공격한다면 이 조약을 침범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의 답은 아주 명백합니다. 앞선 행정부들과 현 행정부 역시 센카쿠열도는 미일안전보장조약의 방위 의무 대상이라고 확인했습니다. 나는 한국이 누구와 안보 동맹을 맺었는지 상기하길 바랍니다. 또한 서울이 미국과 한국이 공유한 비전을 기억하기를 원합니다. 우리가 수십 년 동안 여러 지역에서 함께 희생했다는 사실도 상기하기를 바랍니다. 미국과 한국은 최악의 상황을 준비해야 합니다.”(‘신동아’ 2014년 11월호 “美中 사이 한국의 중립은 中과 조공관계로 돌아가는 것” 제하 기사 참조)


“아베 도발 가능성 낮다”


윤영관 교수의 설명으로 되돌아가보자.


“중일관계를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최근 추세를 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두 차례나 만났습니다. 냉랭하던 관계가 해빙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중국과 일본이 무력충돌로까지 갈 것으로 보지는 않아요.


2010년 이후 3~4년 동안 남중국해와 관련한 중국 외교가 굉장히 공세적인 전략에 따라 이뤄졌습니다. 일본의 센카쿠열도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하려는 노력이 빈번했는데요. 요즘은 그러한 시도가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중국의 외교전략 기조는 군사적 힘을 직접적으로 과시하기보다는 경제적 능력을 통해 자국의 위상과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쪽인 것으로 봅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그 방증이죠. 하지만 중일관계를 비관적으로 보진 않더라도 한국 처지에서는 극한 상황을 막고자 다방면에서 의도적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시진핑 주석은 2012년 11월 “중화민족의 위대한 중흥을 시현(示現)하는 게 근대 이래 가장 위대한 꿈”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는 방법의 하나로 일대일로 구축에 역량을 쏟아붓는다. 당나라(육상 : 산시성 시안~독일 뒤스부르크)와 명나라(해상 : 푸젠성 취안저우~지중해)의 실크로드를 재현하려는 이 프로젝트를 뒷받침하는 AIIB에는 한국을 포함해 57개국이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했다. AIIB가 위안화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집행하면 위안화의 기축통화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


▼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고조된 긴장을 조절하려는 양상입니다. 미국도 중동 문제, 우크라이나 사태 등 당면 과제가 적지 않아 아시아에서 중국과 긴장 구도가 형성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요. 그런데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고자 미국과의 강력한 연대를 바탕으로 중국의 부상에 대응합니다. 일본이 이런 전략을 더욱 공고히 하고자 국지분쟁을 도모할 개연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중국과의 전쟁을 궁리한다”는 아베의 발언도 이 같은 맥락에서 표출된 게 아닐까요. 일본이 도모한 국지분쟁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미중 간 대결구도가 형성되면 한국이 대단히 어려워집니다. 최악의 상황도 가정해서 고민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그런 일이 벌어질 개연성은 낮다고 봅니다. 미국과 중국이 1913년 무렵 영국과 독일처럼 갈등을 빚고 고도의 긴장관계에 처했다면 그럴 소지가 있겠으나 작금의 상황은 안정적이에요. 이러한 분위기에서 아베 총리나 일본 내각이 의도적으로 도발한다?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봅니다. 미국이 동아시아를 중요시하며 그들 나름대로 예의주시하면서 컨트롤합니다. 미국이 과연 일본의 그러한 시도를 용인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핀란드식 중립화 가능할까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지난해 6월 9일 ‘중앙일보’에 ‘‘핀란드화라는 이름의 유령’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중국의 부상에 대한 우려가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우선 북한이 중국 경제에 예속되고, 중장기적으로는 한국마저 중국의 속국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두려움이 그것이다. 작가 복거일은 중국의 그림자가 커질수록 소련의 속국으로 전락해야 했던 예전 핀란드의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핀란드화’란 무엇인가. 하나는 약소국이 인접 강대국에 예속되어 묵종적 자세를 취하는 것, 다른 하나는 강대국 틈바구니에 낀 약소국이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택하는 중립 노선이다. ‘핀란드화’를 단순히 강대국에 대한 약소국의 일방적 예속으로 규정하는 시각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변화하는 대외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한 약소국의 생존전략으로 보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중국의 부상을 마주한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운명은 강대국의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단합과 대응전략에 달려 있다는 것이야말로 냉전기 핀란드의 생존전략이 한국에 주는 값진 교훈일 것이다.’


‘핀란드화 모델(finlandization)’은 1960년대 서독에서 생겨난 말로 냉전시기 소련과 핀란드의 관계를 빗댄 표현이다. 한 나라가 자주독립을 유지하며 대외정책에서 이웃한 대국을 건드리지 않는 것을 뜻한다. 1871~1940년 독일과 덴마크의 관계를 설명할 때도 이 말을 쓴다. 핀란드인은 이 단어를 모욕적으로 여기면서 “서방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소련과 친하게 지낸 것”으로 평가한다. 냉전 시기 미국의 대외정책 전문가들은 일본과 서유럽 일부 국가가 핀란드화해 반(反)소련 정책을 취하지 않게 될 것을 우려했다.


▼ G2 체제가 등장하면서 동아시아 정세가 요동칩니다. 일부 학계 인사들은 한반도의 ‘핀란드화 모델’을 주장합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핀란드와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사적 유사성과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한반도가 핀란드화 모델로 갈 수 있을까요.


윤영관 교수는 “핀란드의 중립화 외교보다는 옛 서독이 미국과 소련을 상대로 펼친 외교가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균형외교’는 소극적 개념


“핀란다이제이션(핀란드화 모델)이라는 개념에는 부정적 함의가 많이 담겼습니다. 대국 옆에 위치한 소국이 독립성을 보존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존재감을 상실해가는 과정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해석합니다. 한국의 미래를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과연 적절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공감하는 부분은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기존 대국인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으며, 이웃에 사는 중국이라는 상승 대국이 경제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기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방식으로 외교전략을 펼쳐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소극적 태도로 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핀란드보다는 옛 서독이 미국과 소련을 상대로 펼친 외교가 더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봐요.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처럼 분단됐고 서독의 주도로 통일을 이뤄냈습니다.


서독의 외교전략은 두 갈래로 구성됩니다. 하나는 ‘서방정책’입니다. 기민당의 콘라드 아데나워 중심으로 추구한 이 정책은 민주주의와 서구적 가치를 존중하는 서방 국가와의 관계 심화를 중시하는 전략입니다. 다른 하나는 사민당의 빌리 브란트 중심으로 추구한 ‘동방정책’입니다. 이 정책은 동독의 실체를 인정하고 영토적 통일을 강조하기보다는 기능적 관점에서 하나 됨을 추진하면서 동독뿐 아니라 그 배후의 소련을 포함한 동구권 국가와의 관계를 심화하는 전략입니다.


주목할 점은 이 두 전략이 충돌한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하면서 1990년 통일을 이뤄냈다는 겁니다. 서방정책의 결과로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이끌어냈고, 그 덕분에 영국, 프랑스의 반대 여론을 억눌렀습니다. 동방정책은 동독 체제를 서독이 의도한 대로 바꿔내지는 못했으나 동독이 서독에 경제적으로 엄청나게 의존하게 했습니다. 그 결과 통일 시점에 서독이 동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동독의 협조를 이끌어냈습니다. 게다가 소련과도 신뢰 관계를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헬무트 콜 서독 총리와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만나 서독의 경제 지원을 대가로 소련의 독일 통일 지원을 받아냈어요.


미국의 협조는 서방정책의 결과라고 하겠고, 소련의 협조는 동방정책 덕분이라고 봅니다. 두 정책이 기묘하게 상호 보완함으로써 통일을 이뤄낸 겁니다. 우리가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통일이나 한반도 평화 정착과 관련해 미국과의 관계는 동맹을 유지하면서 튼튼하게 유지하고, 그 기반 위에서 이웃인 중국의 우려를 해소하는 중첩적인 외교를 펼쳐야 합니다.


정부에서도 이따금 ‘균형외교’라는 식의 얘기가 나오는데, 그건 지나치게 소극적인 개념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엄청난 대국이기에 한국이 적당하게 중간 지점에 위치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됐는데,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통일을 이뤄내기가 어려울 겁니다. 서독이 미국과 소련 가운데에서 균형외교를 하겠다는 자세로 나왔다면 과연 통일이 가능했을까요. 핀란드 모델이 아닌 서독 모델을 바탕으로 미래 전략을 고민해야 합니다.”


▼ 일부 인사들이 내놓은 핀란드화 모델은 노무현 정부 때의 ‘동북아 균형자론’과 맥이 닿습니다. 윤 교수께서 외교부 장관에서 경질된 배경이기도 한 ‘동맹파-자주파’ 논쟁과도 연관된 듯합니다. 노무현 정부의 이른바 ‘자주파’가 추진한 ‘동북아 균형자론’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동맹파’ ‘자주파’의 실체


“질문에 오해가 있습니다. 저는 2003년 노무현 정부 조각 때 외교부 장관을 맡았다가 이듬해 초 그만뒀습니다. 동북아 균형자론이 제기된 것은 2005년이에요. 안식년을 맞아 미국 스탠퍼드대에 가 있을 땐데, 관련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왜 저런 얘기가 나올까, 아주 당혹스러웠습니다. 균형자 외교라는 말이 나오면서 파장이 일자 곧바로 철회됐습니다. 균형자론이 실제 외교 정책에 반영된 것은 아닙니다. 말이 나왔다 들어간 것이지, 노무현 정부의 외교 전략이나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어요.


동맹파·자주파 논쟁은 언론에서 만들어낸 말입니다. 장관 재임 때 ‘남북관계와 한미동맹은 상호 보완적인 것이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예로 든 서독의 경우처럼 한미동맹과 남북관계가 상호 보완하면서 통일의 견인차 구실을 해야 합니다. 이 같은 저의 논리가 노무현 정부에선 먹혀들지 않았지만, 지금껏 생각에 변화가 없습니다.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한미동맹이 중요한 수단이 돼야 한다고 보거든요.


노무현의 극적 ‘러닝 프로세스’


대미(對美)외교의 핵심은 북한의 침략 가능성을 억제하는 것이 1차 목표이지만, 그것에만 한정되는 소극적 형태가 돼선 안 됩니다. 한미동맹의 목적은 한반도의 냉전 극복, 평화적 통일로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한미동맹의 한 축인 미국의 우선적 관심사는 통일보다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안보 문제에 국한돼 있습니다. 안보 문제를 잘 다뤄가면서도 미국의 장기적 목표를 어떻게 우리의 장기적 목표와 일치시킬지, 다시 말해 어떻게 한반도에서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로 나아가는 쪽으로 미국의 관심사를 조정하게 할지가 우리 외교의 핵심 목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 말씀처럼 동북아 균형자론은 제기는 됐으나 정책으로 입안되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정책 기조에 변화가 나타납니다. 노무현 정부 초 · 중반에는 대미정책에서 좌파 성향 인사들의 영향을 받기도 했고 ‘반미(反美)면 어떠냐’ 식의, 한미동맹을 뒤흔드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임기 중 · 후반에 들어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하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등의 구체적 정책에서 변화가 있었습니다. 노 대통령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윤 교수께선 이러한 정책 변화의 원인이나 그에 대한 평가를 할 만한 위치에 있다고 봅니다.


“모든 정치지도자에겐 ‘러닝 프로세스(learning process · 학습과정)’라는 게 있습니다. 당선 초기에 표방한 목표, 이념, 이상 같은 것이 현실에 적응, 융합하는 과정이 있는 거지요. 진보 정부든, 보수 정부든 마찬가지예요. 노무현 정부도 그러한 과정을 거쳤고요.


초기에는 선거 캠페인 등에서 내세운 외교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생각이 강했으나 현실 정치를 경험하면서 정책이 현실화하고 세련되어가는 과정을 겪은 측면이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러닝 프로세스를 거쳤습니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강해졌습니다. 잘못 알려진 측면이 있는데, 노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중요시한 것은 확실합니다.”


▼ 누구보다 극적으로 러닝 프로세스를 거친 대통령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을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정치지도자였기에 현실 국제정치와의 간극이 보수 성향 지도자보다 클 수밖에 없었지요. 그렇기에 정책 변화의 과정이 다른 지도자보다 도드라지게 나타났다고 평가하는 게 사실일 수 있다고 봅니다.”


▼ 현실적으로 평가해보면 박근혜 정부는 동북아 균형자론을 일시적으로나마 내놓은 노무현 정부보다 더 중국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듯합니다. 정부 수립 이후 최고 수준의 한중관계라 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반면 미국은 중국에 다가서는 한국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일본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한국과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한다는 표현을 삭제한 일도 있었는데요. 박근혜 정부의 친중정책 성과와 문제점을 말씀해주시죠.


“朴 정부에 후한 점수 못 줘”


“박근혜 정부의 대중정책을 ‘친중’이라고 평가해야 할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합니다. 다만 이명박 정부 때 한중관계가 별로 좋지 않았는데, 그것이 회복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친중이라고 할 만큼 한중관계가 실질적으로 진전했는지도 앞으로 두고 봐야 할 문제고요.


외교전략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여서 힘들다는 얘기가 회자되는데, 우리가 태도를 잘 정리해야 합니다. 미국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미국에 동맹에 대한 의지를 확실히 밝히고 미국이 신뢰감을 갖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의혹이라든지 의구심이 줄어드는 동시에 우리가 채택할 외교적 선택지, 외교의 공간이 넓어집니다.


아베 정부가 미국과의 매우 친밀한 관계를 밑바탕에 깔고 세계 도처에서 그들 나름대로의 독자적 외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처럼 우리도 미국에 좀 더 신뢰감을 주는 외교를 펼쳐야 해요. 미국 또한 분단과 북한이라는 현실 때문에 우리가 중국과 협조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면 그것은 우리의 노력이 부족해서예요.


중국에도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지난해 7월 시진핑 주석이 서울대를 방문해 연설할 때 현장에 있었습니다. 아주 놀란 것이, 한중관계 역사를 꿰뚫으면서 ‘우리는 운명공동체’라는 식으로 어필했다는 겁니다. 고대부터 신라시대, 임진왜란 때 두 나라가 어떻게 협력했는지 말하더군요. 상승 대국이 국제정치에서 더 큰 영향력을 확보하고자 이러한 외교적 노력을 하는 것으로 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까요. 우리 지도자가 분명히 해둘 점은, 중국 정상을 만나 대화할 때 전달하든 다른 형식으로 전하든 ‘핵·미사일 등 북한의 위협이 존재하는 한 한미동맹은 우리에게 사활의 문제다. 중국도 잘 알지 않느냐?’고 밝혀야 한다는 겁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미동맹은 냉전의 유산’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었습니다. 외교적 결례일 뿐만 아니라 잘못된 생각이죠. 한미동맹을 약화하려는 의도가 드러난 발언인데요. 중국에 그런 생각을 갖지 말라고 분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미국이 우리가 중국과 친해지는 것을 걱정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이 우리가 베이징을 타깃으로 뭔가를 도모할 것이라고 생각할 빌미가 사라질 것입니다.


동맹국인 미국과 이웃 나라 중국에 분명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면 우리가 가진 외교적 공간과 옵션이 커질 텐데…. 박근혜 정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후한 점수를 주고 싶지 않아요.”


▼ 분명한 태도를 갖지 않다보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잡음이 나는 거죠.”


“친미? 친중? 감성적 판단 말라”


▼ 2월 25일 가서명된 한중FTA와 관련해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측 협상단 관계자는 ‘중국이 매우 고압적 자세였고, 협상 태도가 불성실했다’고 말했으며, 결국 한국은 개방에 대한 우려와 반대가 큰 농수산물 시장을 지키려다 제조업을 내준 꼴이 됐다. 중국은 챙길 것을 거의 다 챙겼다. 더욱이 한국은 개방하지 않기로 한 품목의 10%도 지키지 못했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치권, 언론, 학계 어느 쪽에서도 문제점을 분석해 제기하지 않습니다. 한미FTA 때와 비교하면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한중FTA는 중요한 협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중 간 경제협력 차원뿐 아니라, 한반도 통일이라든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북방 경제전략과 연결된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 협정이라고 여깁니다. 협상을 제대로 했느냐를 짚어보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고요.


한미 간 현안은 냉정하게 분석하는 반면 중국과 관련한 이슈는 그렇지 않은 모양새인 것은 앞서 말했듯 미 · 중을 상대하는 우리의 견해나 태도가 분명하게 정립되지 않아서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국가 목표에 맞춰 외교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측면이 많아요. 친미냐, 친중이냐 식의 감성적 판단을 해서는 안 됩니다. 국가 이익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해요. 한미관계와 관련해 비판하는 것처럼 한중관계 현안에도 냉철한 비판이 나와야 하겠죠. 앞으로 우리가 고쳐 나가야 할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 일부 진보좌파 인사들은 미국을 향해서는 자주적, 민족주의적 감정을 표출하는 반면 중국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의미 있는 지적이라고 봅니다.”


▼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이 2013년 발표한 ‘중국 군사력과 2030년 미일동맹(China’s Millitary and the U.S. - Japan Alliance in 2030 - A Strategic Net Assesment)’ 제하의 리포트와 2015년 미국 국방성이 이를 더 발전시킬 것을 요청해 작성된 ‘아시아·태평양에서의 충돌과 협력(Conflict and Cooperation in Asia Pacific Region · A Strategic Net Assesment)’에서 날로 부상하는 중국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문제로 지적한 것이 중국의 ‘반접근 · 지역거부 전략(Anti-Access and Area Denial(A2/AD)’입니다. 중국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거부하고, 접근을 거부하겠다는 건데요.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관련해 핵심 이슈인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THAAD) 문제도 이 전략과 깊이 연관됩니다. 중국 정부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자 한국 정부가 결정을 지연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형국입니다. 미국이 이런 상황을 두고 한반도에서 중국의 ‘반접근 · 지역거부 전략’이 먹힌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드 배치 반대할 명분 없다”


“북한이 지난해 3월 높은 각도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사드 배치의 명분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사드 문제는 기본적으로 북한 위협이 어느 정도냐 하는 측면, 다시 말해 미사일 위협 관점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억제력으로써 하나의 옵션으로 등장한 게 사드입니다.


중국은 상승 대국으로서 영향력을 확장하고자 합니다. 군사적으로는 남중국해와 서태평양에서 영향력을 키우려 하고요. 경제적으로는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등을 공략합니다. 태평양에서 미국의 절대적 우위에 도전하겠다는 것은 중국의 분명한 전략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2012년 부주석 때, 2014년 주석이 된 후 두 차례나 ‘태평양은 넓어서 중국과 미국 두 나라를 동시에 포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태평양에서 미국의 절대적 우위를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천명한 겁니다.


미국 해군이 중국에 가까운 수역에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는 노력은 수십 년 동안 지속됐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경쟁에서 한국이 가진 특수성은 북한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자 미군이 한반도 남쪽과 오키나와, 괌에 주둔합니다. 한반도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미군이 괌이나 오키나와에서 날아오는 것이 우리가 받아들이는 한미동맹의 실체이자 현실입니다. 미국이 한반도 남쪽과 오키나와에 주둔한 미군을 보호하려고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할 때 우리가 하지 말라고 할 명분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해요.


요컨대 사드 문제와 관련해 미국 군사당국이 한반도 내 미군 기지에 미국의 국방예산으로 배치하겠다는 것을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국 정부가 비용을 지불하고 도입하자는 얘기는 별개 차원의 문제고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사드를 배치했을 때의 효과가 얼마만큼인지, 효율적으로 미사일을 막아내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정책 결정권자는 여론의 향배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하고요.”


“샌드위치? 축복으로 이끌어야”


▼ 공식 협의를 하지 못하면서 시간만 끄는 양상입니다.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이 통했느냐 하는 것은 2차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안보 차원에서 사드가 얼마만큼 이득이 되느냐’예요. 이 대목에서 판단이 명확하게 서면 미국과 중국에 할 말을 다 해야 합니다. 미국에는 ‘당신네들이 중국 설득 좀 해라, 중국이 타깃이라고 오해하지 않느냐’고 따지고, 중국에는 ‘북한 탓에 사드를 배치한다는데 원초적 위협 제거와 관련해 당신네들이 그간 어떤 노력을 했느냐’고 따져야죠. 미국과 중국이 압력을 행사하더라도 우리가 가진 논리와 명분을 앞세워야 합니다.”


▼ 미국이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이 한반도에서 작동되고 있다고 인식하면 결과적으로 한국이 중국의 영향권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한미동맹을 아무리 강조해도 미국이 ‘중요한 정책 결정은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서 한다’는 인식을 가지면 한미동맹에 균열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미군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자신들의 비용으로 사드를 배치한다는 것에 우리가 반대할 명분이 없습니다. 미국의 전략이 우리의 이해와 맞아떨어지면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겠죠. 그러나 중국이 이해하는 것처럼 사드 배치가 대중(對中) 억제 및 견제전략의 일환이라면 그 부분에 대해선 미국이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우리가 워싱턴에 요구해야 합니다. 한미동맹 강화를 원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우리 처지에서 이렇게 행동하는 게 바람직해요.”


▼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사드 등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의 압박이 아닌 구애로 규정하면서 “미국, 중국의 구애는 딜레마가 아닌 축복”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하기 나름이죠. 외교적 태도가 분명하게 서 있으면 한미, 한중관계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충분히 끌어올 수 있습니다. 적극적인 외교를 펼쳐 미국과 중국을 우리 편으로 끌어안는다면 서독이 서방정책과 동방정책을 통해 미국과 소련을 동시에 끌어안았을 때처럼 축복이 될 것입니다. 축복이 되도록 이끌어나가야 하고요.”


“현실 정치에 좌절, 무력감”


▼ 2012년 대선 때 ‘새 정치 심벌’로 등장한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대표를 맡았습니다. 한국 정치에서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안 의원의 실험적 모색에 참여했다가 좌절했는데요.


“안철수 의원을 알지 못했습니다. 먼저 연락이 와 한 시간가량 대화했는데, 평소 가졌던 그분의 이미지와 부합하더군요. 한국이 압축성장을 한 터라 정치, 경제적으로 개혁할 게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려면 안정적 외교를 펼쳐야 합니다. 이런 생각이 안 의원의 그것과 일치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뛰어들어보니 한국의 정당 시스템이 한국 사회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더군요. 후진적이었어요. 사회는 민주화, 다원화했는데 정치는 여전히 양당의 독과점 구조예요. 다양한 사회 세력의 이해를 반영할 수가 없습니다. 신진 세력이 정치권에 진입해 정당을 만들고 유권자의 지지를 받아 소신에 따른 정치를 펼치는 것을 막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습니다. 한국 정치는 양극단으로 나뉘어 서로 갈등합니다. 다수 국민이 원하는 중도적인, 균형 잡힌, 개혁 지향적인 세력이 존재할 여지가 없더군요. 좌절을 맛봤죠.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다 정리하고 학교에 돌아와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 2000년 민간 싱크탱크 운동이 모색되는 과정에서 윤 교수께서는 이 대담을 ‘신동아’와 함께 기획한 미래전략연구원의 초대 원장을 맡았습니다. 한국의 싱크탱크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봅니까.


“싱크탱크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사회가 흘러가는 방향에 대해 비판적 시각의 정책 제언을 함으로써 국민과 정책 결정자를 잇는 매개자 구실을 합니다. 한국은 무엇을 하겠다는 추상적 구호는 거창한데, 실제로 어떻게 정책화할 것인지에 대한 담론이 굉장히 약합니다. 싱크탱크가 정책 담론을 제공해야죠. 문제는 영세성입니다. 하나같이 재정이 넉넉하지 못해요. 경제·정치 세력으로부터 독립된 위치에 있을 때 적확한 현실 진단과 바람직한 미래 방향을 제언할 수 있습니다. 기업인, 특히 중소기업인이 관심을 갖고 싱크탱크를 지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구해우 |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원문보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262&aid=0000008512&sid1=001


PREV  A Korean Helsinki Process? (Projec-Syndicate 2015/9/25)-Eng.   관리자
NEXT  안정적 세력균형 물류·통상 중심국으로 (신동아11월호 2015/11/5)   관리자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AM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