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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朝鮮칼럼 The Column] 5차 핵실험 이후의 한반도 어디로 가는가 (조선일보 2016/9/12)


[朝鮮칼럼 The Column] 5차 핵실험 이후의 한반도 어디로 가는가
(조선일보 2016년 9월 12일)


북한 문제 핵심 당사자면서도 가장 큰 무력감 느끼는 우리
냉전 종결 이래 北 문제가 우리 손을 떠나 국제화돼버려
독자적인 핵 개발론 나오지만 경제 제재 당하면 견딜 수 있을까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前 외교부 장관 사진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前 외교부 장관


북한은 5차 핵실험으로 소형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의 실전 배치에 한 발짝 다가섰다.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그만큼 더 위험해졌다. 중국의 대북 제재는 허점이 많아 올해 들어 북·중 무역은 오히려 늘었고, 북의 무기 프로그램 부품 구매도 더 용이해졌다는 보고서도 미국에서 나왔다.


김정은의 계산은 분명해 보인다. 핵미사일의 실전 배치를 무기로 미국에 선(先) 평화협정 체결을 압박할 것이다. 그러면서 비핵화를 북·미 회담의 의제로 삼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다. 작년부터 중국이 주장해온 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 논의 제안까지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북은 평화협정의 당사자에서 아예 한국을 배제하고 있다.


평화협정을 맺게 되면 북은 이제 평화가 왔으니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과 미군도 철수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그러면서 스스로는 핵 폐기 대신 기껏 핵 활동 동결이나 장거리 미사일 폐기 등을 대가로 지불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핵 보유로 확보된 군사 전략상의 우위를 활용해서 주도권을 쥐고 대남 전략을 펼치려 할 것이다.


5차 핵실험과 같은 북의 도발적 상황에서도 중국은 움직일 생각이 별로 없을 것이다. 물론 중국은 '원칙적으로' 핵무장에 반대하고 유엔의 대북 제재 강화에 적당한 수준에서 협력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정말 아프게 생각하고 비핵화의 길로 나설 만큼의 고강도 제재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제재 강화로 자칫 북한이 무너질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드 배치 결정이 중국의 협조 가능성을 더욱 낮추고 있다.


미·중 대결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최고 지도자들은 북한 문제를 미·중 관계의 다른 현안들과 연계해 바라보는 듯하다. 한마디로 남중국해나 대만 문제를 놓고 미국과 만족할 만한 거래가 성사되기 전까지 중국은 핵무장한 북한과 공존할 용의가 있는 것이다.


미국은 미국 나름대로 고민이다. 임기 말에 접어든 오바마 정부는 대북 금융 제재의 길을 터놓기는 했지만 미·중 갈등의 심화를 우려해서 실시를 유보해왔다. 결국 차기 정부로 공이 넘어갈 텐데, 그때 고려할 수 있는 대북 조치로 전면적인 금융 제재와 해상 봉쇄가 미국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대북 금융 제재는 중국의 반발이 거셀 것이고, 모든 선박의 북한 항구로의 입출항을 검색하는 해상 봉쇄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아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이처럼 긴박해지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독자적인 핵 개발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한 주장을 하게 된 답답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이는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추가적인 문제를 만들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미국과 비핵화 규범을 존중하는 180여 국가들에 북한에 더해 또 다른 골칫거리로 등장할 것이다. 미국은 '당신네가 우리를 못 믿고 핵 개발하겠다면 우리는 핵우산과 미군도 철수하겠다'고 나설지 모른다. 게다가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에 대해 경제 제재가 들어오면 과연 얼마나 견디어낼 수 있을까?


이처럼 우리는 북한 문제의 핵심 당사자이면서도 가장 큰 무력감을 느낀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이런 지경에 빠지게 하였을까?


4강에 둘러싸인 반도이기에 북한 문제는 원래부터 국제화될 소지가 아주 강했다. 그런 상황에서 진정으로 우리 주도로 북핵이나 통일 문제를 풀어가기를 원했다면 북에 대해 우리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렛대를 키워 왔어야 했다. 냉전 종결은 그 기회를 주었으나 우리는 그것을 놓쳐버렸고, 그래서 이제 북한 문제는 완전히 우리 손을 떠나버렸다.


때로 당국 간 관계가 어렵고, 안보상의 충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국적으로 멀리 보고 경제나 사회 차원에서 남북 주민들 간의 연결고리만큼은 강화하고 접촉의 면을 확대하는 데 최선을 다해 왔어야 했다. 그렇게 지난 10여년 계속했더라면 북의 대남 의존도가 훨씬 높아져 지금쯤 중국 대신 한국이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게 되었을 것이다. 그것을 못해서 이제 우리는 미·중만 바라보는 딱한 처지가 되어버렸다. 민족 내부 역량을 키우지 못해 거센 외세의 물결에 휩쓸리고 있는 모습이 구한말이나 1945년 분단 당시나 지금이 다를 게 없다는 점이 진정 가슴 아프다.


독일은 일찌감치 동·서독 간 응집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그래서 보수 정치인 헬무트 콜 총리는 1982년 집권하자 경쟁 정당 사민당의 동방정책을 과감하게 계승했다. 주변 우방 강대국들이 분단 상태의 관리에만 신경 쓰고 분단 해소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이것이 통일을 이룬 독일과 분단의 골짜기에서 헤매고 있는 한국의 근본적인 차이다.



*원문보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9/11/201609110177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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