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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시론] ‘SOFA’ 미국정부 결단할 때 (문화 2000/7/27)
한ㆍ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에 관한 협상이 8월 2일 재개된다고 한다.  협상이 재개되면 아마도 예전처럼 우리측 외무부 관리와 미군(美軍)측 대표간에 진행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민감한 문제들이 이들 실무자 차원의 협상 테이블에서의 논의만으로 원만히 타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측 협상 대표는 최근의 국내 여론이나 정치적인 분위기를 고려할 때 강경한 자세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군 측에서는 또한 과거와 비슷하게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미 확보한 영토를 내어주지 않으려는 군인적인 자세로 임할 가능성이 크다.


군부독재가 對外 불평등 원인
  
그렇게 되면 협상 타결이 지지부진하게 될 수도 있을텐데, 걱정되는 것은 우리의 국민감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만일 어떤 불미스런 사건이라도 또 발생한다면 양국관계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 워싱턴 정가의 고위 정책결정자 수준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획기적인 조치를 취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주장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 측이, 그리고 상당수의 한국 사람들조차도 간과하고 있는 SOFA협정의 개정이 불가피한 이유는 바로 한국 정치의 민주화라는 점이다.  SOFA협정이 발효된 1967년 이후 우리 정치사를 보면, 20년간은 권위주의 정치의 역사였고, 그 다음 10년은 민주화로의 이행기였다.  급기야 2년반 전에는 처음으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3년여 전부터는 비정부기구(NGO)들을 중심으로 하는 시민운동이 급속도로 활성화되었고, 여론 형성과 올해 총선에서 보았듯이 정국 운용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다.  우리가 의식하던 의식하지 못하던 우리의 정치판은 민주화와 다원화의 길로 실질적인 변화가 진행중인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 대한 비판은 우리 정치판의 이러한 질적 변화의 속도를 정치인들의 의식과 행동이 따라가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처럼 내정(內政)의 성격이 바뀌면 그 영향이 외치(外治)로 파급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SOFA협정의 개정이 불가피한 본질적인 이유이다.  예를 들어, 5공과 같은 권위주의 정권하에서는 정치권력이 모든 이익집단이나 개별 국민들을 무력으로 통제할 수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정권담당자는 대내적으로 취약한 정당성을 보충하기 위해서 대외적으로는,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약한 자세로 임하기 마련이었다.  당시 통상협상을 하다보면 미국측 실무 협상자들이 “당신네 대통령이 한마디만 하면 모든게 끝나는 줄 알고 있는데, 왜 이익집단 핑계를 대느냐”라는 소리를 하곤 했었다고 한다.  국내정치의 비민주성이 대외적 불평등을 낳았고, 그래도 국민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획기적 조치없인 ‘反美’ 증폭

그런데 오늘날의 정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NGO 그룹들의 활동은 어느 권력기관도 통제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총선연대의 활동이 그랬다.  NGO의 힘과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 싶다면 작년에 한국을 온통 뒤집어 놓은 옷로비 사건의 진원이 어디였는지를 회고해보면 알 것이다.  그것은 참여연대가 대한생명 최순영 회장의 외화도피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부터였다.  최근 미군에 의한 독극물 누출사건을 발표한 것도 NGO였다.  한국의 언론들도 마찬가지이다.  작년 옷로비 사건 때의 보도 태도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러한 사회세력들에 대한 권위주의적 통제가 더 이상 불가능해져버린 것이다.  

바로 이점을 미국정부는 주목해야 한다.  하버드 대학의 로버트 퍼트남 (Robert Putnam) 교수가 지적하듯이 협상자, 특히 민주주의 국가의 협상자는 외부의 상대국 협상 파트너의 요구뿐만 아니라 내부의 국내 이익집단의 요구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  즉 SOFA 협정에 내포된 불평등성이 시정되지 않는 한, 바로 다원화, 민주화된 정치질서 때문에 한국의 국민감정은 악화되고 계속하여 밖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한ㆍ미 안보협력관계에까지 나쁜 영향을 줄 것인데, 이것은 결코 양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바로 이점을 미국의 고위 정책결정자들이 인식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반세기 전 미국은 한국 땅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바쳤다.그러한 미국의 염원이 결실을 맺어 한국 땅에도 이제 민주주의가 성숙되어가고 있다.  이제 역설적으로 바로 그 한국의 민주주의가 미국 정부의 획기적인 결단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일보, 2000년 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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