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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부유해진 세계, 가난해진 사람들 (조선 2000/3/24)

 

세계화, 거부도 맹종도 할수 없는…


 

●부유해진 세계, 가난해진 사람들 다니엘 코엔 지음/ 주명철 옮김 시유시 출판사

 

고정관념과 검증없는 이데올로기가 기세를 올리는 사회는 신선한 지적 자극을 필요로 한다. 이 책은 현재 서구 지식인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세계화와 관련하여 우리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도전을 통하여 한국자본주의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서 성찰하게 만든다.

 

한국의 지식인들은 세계화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세계화가 가져다주는 물질적인 진보와 효율성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우파적인 관점이다. 둘째는 세계화의 부정적 측면, 즉 부의 불평등 배분과 공동사회의 해체를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좌파적인 관점이다.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인인 저자는 세계화를 좋은 것이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는, 그러나 또 세계화의 부작용을 체념적으로 받아들일 수만도 없는 딜렘마로부터 우리에게 하나의 탈출구를 제시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불평등과 빈곤은 세계화로부터 야기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3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정보기술혁명이 그 원인이다. 대량생산으로 상징되는 포디즘이 쇠퇴하면서 숙련도 높은 전문 인력들이 대우받게 되었고, 그들은 동질적인 그러나 외부적으로는 배타적인 집단을 형성하면서 사회집단 내부에 갈등을 촉발시켰다. 그리고 그처럼 변화하는 사회경제적 조건하에서 정치력은 무력증에 빠져버렸고 그것이 불평등과 빈곤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해결책은 정치력의 회복이고, 그것은 가능하다. 세계화로 인해 지역적인 정치는 오히려 커졌기 때문이다. 정치력의 회복, 노동의 숙련도 및 전문성 제고, 그리고 배제된 자들을 끌어안기 위한 노력을 결코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포디즘적 생산의 2차 산업혁명의 틀 속에 안주하고 있는 국가의 틀을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은 우리 지식인 사회에서 경제를 정치와 사회로부터 분리시키고자 하는 우파적 낙관론, 그리고 국가와 정치력의 회복에 희망을 걸지 않는 좌파의 비관론에 대한 “정치경제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정치경제적 주장과 접근법에 우리는 얼마나 절실하게 공감하고 있을까? IMF사태 이후 기업의 전문화, 노동의 숙련도의 중요성에 대한 수많은 말들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제 현실은 아직도 비전문적 거대주의와 포디즘의 단순노동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변화에 대해 끝없이 저항하는 강한 힘들을 목도해 왔다. 국가의 틀을 바꾼다는 거창한 목표는 고사하고 공공개혁이라는 소극적인 목표에도 저항은 컸다. 또한 우파와 좌파의 거센 목소리들 속에 실천적 대안 제시를 꿈꾸는 정치경제적 접근법은 무시되어버리는 냉전적 지적 풍토가 만연해 있다. 이 책은 세계 자본주의와 한국 자본주의, 그리고 서구 지적풍토의 다원성과 우리 지적풍토의 냉전성간의 간격을 선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

 

(조선일보, 2000년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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