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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21세기 한국정치경제론: 좌, 우, 그리고 집중구조를 넘어서 (1999/12/24)

『21세기 한국정치경제론: 좌(左), 우(右), 그리고 집중구조를 넘어서』


저자: 윤영관

출판사: 신호서적 (Tel: 3473-0731, 8008, 8009, Fax: 3473-0730)

출판상황: 1999년 12월 24일 초판 1쇄 발행

면수: 총 237면


<내용>


이 책은 한국 정치경제의 새로운 틀이 추구해야할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그 동안 한국의 경제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과학계의 경향은 방법 자체에 문제가 없지 않았다.  무엇보다 정치현상과 경제현상의 엄격한 분리를 전제로 하는 경제주의적(economistic) 접근법의 한계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경제가 총체적인 사회 속에 내재되어 있는 부분적인 영역인데도, 그 사회 전체를 포괄하는 정치, 권력, 제도, 문화, 가치 등과 관계없이 따로 분리되어 있는 영역인 것 처럼 간주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외적 요인들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이 경제문제를 따로 떼어내어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반면 맑스주의적이거나 네오맑스주의적인 접근들은 거시적이고 정치경제적이기는 하지만, 최근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과정이 증명해주었듯이 현실적인 설명력이 약하다.  이 책은 이러한 양 접근법들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한국 문제에 대한 거시적이면서도 현실적 설명력을 가진 정치경제학적인 분석을 제공하고자 시도했다.


이 책은 또한 세계화라는 외부환경을 전제로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의 정체를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를 문제의식으로 담았다.  사실 1997년 말이래 경험하고 있는 한국의 경제위기도 세계화의 도전을 기존의 정치경제체제가 극복해내지 못한 결과에 다름 아니다.  결국 세계화라는 급변하고 있는 외부적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경제발전 모델은 무엇이고 어떻게 모색해야할 것인가를 논하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목표이다.  이러한 새로운 모델은 기존의 「발전국가(developmental state)」 모델이 이루지 못했던 과제, 즉 세계화라는 새로운 외부적인 환경 속에서 효율성과 사회적 통합을 동시에 달성해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이 책은 기존의 「발전국가」 전략, 또는 이른바 「박정희 모델」이 초래한 내재적인 모순의 정체를 우선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오늘날 한국의 일부 극단적인 신자유주의자들은 말로는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비시장적 구조를 보존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고, 그래서 퇴행적이다.  반면, 일부 신종속론자들은 한국에서는 사실은 시장이 왜곡되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문제인데, 마치 너무 지나치게 작동해서 문제인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  그들 또한 구조조정에 대해 반대함으로써,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왜곡된 재벌제도의 유지를 옹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외환위기 이후의 한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는 대단한 역설이 존재한다.  우측의 신자유주의자들과 좌측의 신종속주의자들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현상의 유지를 원하고 있는 반면, 중도개혁주의자들만이 현상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한 의미의 시장기능의 복원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한국에서는 급진주의자로 통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의 역설적인 현실이다. 


오늘날의 국제정치경제적인 상황은 좀더 훌륭한 제도를 만들어내기 위한 국가들간의 경쟁이다.  현재 각 국가들간에 벌어지고 있는 경쟁을 단순히 누가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수출하느냐의 경쟁으로만 보는 것은 좁은 안목이다.  사실은 어느 국가가 먼저, 신속하게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가장 유연하게 대처하면서도 국내적으로는 효율성과 사회적 연대를 제고하고 민주주의를 달성해낼 수 있는 제도를 개발해 내느냐하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30여 년 동안 이른바 「발전국가 모델」, 또는 「박정희 모델」을 가지고 고속성장을 달성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모델이 밑바탕에 깔고 있는, 국가가가 사회 이익집단으로부터의 자율성(autonomy)을 확보하고 있다는 가정이나, 국가와 재벌간에 형성된 「발전국가」 연합이 효율적이라는 기본 가정이 내외적 여건의 변화에 따라 더 이상 타당하지 않게 되었다.  IMF 사태는 이처럼 한 세대 동안 고속성장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발전국가 모델」과 그것을 뒷받침해주었던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이제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작동할 것이니 개혁하라는 외부적인 경고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책은 IMF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제2의 도약을 위해서는 어떠한 제도를 어떻게 구축해야 되는가를 탐구하고자 했다.  우선 과거의 제도와 경제발전 모델은 무엇이 문제였기에 IMF 사태에까지 이르게 되었는가를 II장에서 살펴보았다.  이른바 「발전국가 모델」의 한계를 1980년대 후반의 정치적 환경변화와 1997년의 한보사태, 그리고 1996년 12월의 노동법 개정 파동을 중심으로 파헤쳐 보았다.  그리고 「발전국가 모델」을 떠받쳐주고 있던 국가와 재벌과 같은 사회 이익집단들간의 연합관계가 뿜어내던 모순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를 밝혀보았다.  새로운 제도와 전략으로의 개혁은 과거의 모순에 대한 철저한 해부와 정확한 진단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III장에서는 IMF 사태를 어떻게 보아야할 것인가의 문제를 추적해보았다.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이라는 외부적 요인도 원인이었다.  그러나 이보다는 도덕적 해이를 야기했던 과거 모델과 제도라는 내부적 원인에 초점을 모아 우리 정치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부각시켜보았다.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세계금융체제를 개혁하는 일이라기 보다는 내부적 모순을 해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경제위기의 발발이후 개혁을 추구하는 집단들과 이에 저항하는 집단들간의 치열한 정치적 투쟁의 과정을 경험해왔고 지금 현재도 그러한 투쟁은 소리 없이 진행중이다.  각 집단들은 자기들의 입장을 합리화해주는 이론들을 내세우면서 서로를 공격하고 있고 그 와중에 많은 국민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IV장에서는 한국정치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권력집중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하고 이러한 모순이 사실 오늘의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이미 과거에 경험했던 숙제였음을 밝혔다.  그리고 미국, 독일, 대만의 실제 사례연구를 통하여 이들 성공적인 자본주의 국가들이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과거에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었는지를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우리 정치경제의 현재 위상을 세계자본주의의 보편적 전개과정이라는 보다 포괄적인 맥락에서 자리 매김 해보았다. 


V장에서는 그렇다면 무엇이 새로운 제도의 내용이 되어야 하며 지금까지의 개혁 노력은 어떻게 평가하고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IMF 경제위기의 초기 극복과정에서 김대중 정부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동시 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러한 목표의 달성은 다름 아닌 과거 발전모델의 제도적 특징이었던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고 집중권력들간의 유착의 고리를 끊는 과감한 정치적 결단과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즉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 내부에 집중되어있는 권력들을 분산시키고 이들 권력들 간의 유착의 고리를 끊어 건설적인 견제와 조화관계로 만들 때에만 "실질적인" 민주주의도 달성되고 유연한 시장경제의 틀도 만들 수 있다.  바로 이것이 개혁의 초점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권력분산이라는 핵심적인 과제를 그냥 도외시한다면 지금 추진해온 기업, 금융, 공공, 노동부문의 개혁도 모래 위의 성이 될 수 있다.  도덕적 해이가 재발하여 경제위기가 다시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민주화"라는 개념은 1987년 이후 IMF사태에 이르기까지의 우리의 정치경제사를 살펴보는 경우 그 의미가 보다 명확해진다.  1987년 우리는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는 제도적인 개혁을 시도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민주화"의 핵심인 권력의 분산은 박정희, 전두환 시대나 마찬가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면에서는 진전이 있었는데 실질적인 권력의 분산과 상호견제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정치권력은 집중된 경제권력에 의해 포획되고 국가의 자율성은 약화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실질적인 민주화", 즉 권력의 분산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발전국가 모델」, 즉 재벌과 국가간의 연합으로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전략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바로 「발전국가 모델」이 집중된 경제력과 집중된 정치권력의 유착을 합리화해주는 틀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점이 한국의 「발전국가 모델」, 또는 「박정희 모델」을 바꾸지 않고서는 민주주의도, 그리고 시장경제도 이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모델의 전환, 새로운 제도적 틀의 마련을 통해서만 국가의 자율성이 강화될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급변하는 국제환경의 도전 앞에서 효율성과 사회적 연대, 그리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21세기의 새로운 정치경제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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