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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시평] 외교 인프라를 구축하라 (경향 2002/5/9)
탈냉전과 세계화가 우리의 국제환경 변화를 규정하는 어휘로 등장한 지도 벌써 10여년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이 두가지 현상은 한국외교에도 수많은 새 과제를 안겨주었다. 탈냉전 이후 우리는 중국과 구 소련 등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과 외교관계를 개설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한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조까지 구해야 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세계화의 진전도 마찬가지다. 한국 경제는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 도달했고 지난 10년간만 보더라도 무역규모는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제 세계무역기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을 무대로 활발한 경제외교를 펼쳐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리고 국력이 커지고 국제적 지위도 상승하다 보니 문화․환경․군축․인권 등 각 분야에서 국력에 상응하는 역할을 해야만 하게 되었다. 또한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라든지, 유엔 총회 의장국 등 국제기구 외교도 펼치게 되었다.

그런데 몇달 전 TV에서 유럽의 작은 나라 네덜란드에 대한 방송을 듣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 나라의 인구는 우리나라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데 외교관 숫자는 2배나 된다는 것이었다. 반면 우리 외교통상부 인력은 지난 10년간 해야될 일은 훨씬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줄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느낀 바가 있었다. 작년 이후 심심치않게 돌출된 외교관련 사고들의 중요한 원인을 짐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업무 수요는 엄청나게 늘었는데 업무 인력의 공급은 오히려 줄었으니 그러한 불균형이 한계에 달해 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때로는 외교관 스스로의 태만과 실수의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이 싸움을 할 병사들에게 돈이 없다고 충분한 인력은 제공하지 않으면서 일당백(一當百)의 정신무장만 요구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영사업무와 관련된 지난번 사건도 폭주하는 업무를 과도하게 적은 인력으로 감당하지 못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현 정부의 출범 이래 작은 정부를 지향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외교의 경우는 다르다. 국내에서 작은 정부를 지향해서 애써 거둔 것들도 외교가 잘못되면 한꺼번에 까먹을 수가 있는 것이다. 다른 국가들도 여타 부처의 인력은 줄이면서도 외교부 인력은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려왔다. 예를 들어 일본도 행정개혁으로 정부 인력을 감축하면서도 외교부는 재외공관을 증설하고 1970년도 대비 2배 정도로까지 인력을 증강했다.

이제 우리도 냉전이 아니라 탈냉전, 개도국이 아니라 선진국 수준에 걸맞는 외교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외교 인프라부터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 외교관들에게도 분발을 촉구해야할 것이다. 외교관들에게는 첫째로 새로운 환경 변화에 맞는 새로운 발상을 주문해야 한다. 특히 정무 외교와 관련해서는 과거 남북 대결 구도 하에 모든 것을 미국에 맡기는 수동적 외교 스타일과 관성을 극복해나갈 것을 요구해야 한다. 우리 외교관들이 과거 냉전시대 외교의 고정관념을 벗어버리고 상상력과 적극성을 발휘하는 자세로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도 탈냉전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또한 세계화 시대의 외교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외교의 전문성 구축이 중요하다.  외교통상부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근 몇년 동안 내부적으로 인사제도를 개편해서 실시해오고 있다. 새 인사제도가 전문성 확보라는 원래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실한 제도로 정착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보완하고 외교관의 훈련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처럼 전문 외교인력의 확충을 위한 투자는 투자대로 하면서 외교관들의 의식전환과 전문성 강화를 요구해야 21세기에 우리 외교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나라 네덜란드가 유럽의 물류 중심지로 번영과 평화를 누리는 것도 그만큼 외교 인프라에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2002년 5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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