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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칼럼] 北韓과 대타협 轉機마련을 (매경 2002/2/18)

대통령 각하의 한국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또한 지난 9ㆍ11테러 참사에서 미국 국민들이 경험한 비극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다시 한번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그 동안 북한은 한미 양국의 기준으로 볼 때 다소 느리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보여왔습니다.  수십 년 간 한국 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던 그들이 2000년 6월에는 정상회담에 응했고 그 후 남북은 수많은 회담을 통해 교류협력을 증진시켜 왔습니다. 또한 북한은 국제사회 진출을 진지하게 원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배우기 위해 460여명의 관료와 학생들을 해외에 파견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시점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강하게 비판하신 각하의 국정연설은 국내외의 많은 우려를 낳았습니다.  대북 무력응징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북한으로 하여금 대량살상무기보다는 오히려 그 동안의 변화 노력을 포기하게 만들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북한문제를 단순히 군사문제로만 보고 하루아침에 해결하려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북한문제는 경제, 정치, 심지어 인도주의 문제까지 군사문제와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그들의 경제는 최근 10년 동안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외교적으로는 한ㆍ미ㆍ일 연합전선에 의해 포위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휴전선 가까이에 위협적인 재래식 군사력이 포진하고 있습니다만 최근의 경제난과 에너지 부족으로 재래식 전력의 효율성도 의심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급한 상황에서 북한당국자들은 대량살상무기가 체제안보를 위해 붙들어야할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대량살상무기는 또한 북한이 경제난과 외교적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국가인 미국과의 협상수단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에게 “먼저 대량살상무기에 관해 양보해라, 그러면 우리가 도울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북한보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보루를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결국 북한문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남북한, 미국, 일본, 심지어 국제기구들까지 모든 당사자들이 한데 모여 모든 현안, 즉 대량살상무기, 재래식 전력과 군비통제, 경제 및 인도주의적 지원, 평화체제 구축 등을 한꺼번에 논의 해결하는 포괄적 접근으로 풀 수 밖에는 없습니다.  물론 모든 당사국들의 약속 이행 여부를 단계적으로 검증해나갈 수 있는 정밀한 로드맵(roadmap)을 작성해야하겠지요.  이 외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무력으로 응징하면 북한은 남한을 공격할 것이고 이러한 전쟁은 미국이 추구하는 인명존중이라는 반테러 전쟁의 기본 가치에 모순되는 것입니다.  

일부 한국인들은 각하가 공식적으로는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대화 의지가 없고, 올해 말 한국의 대선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그런데 만일 미ㆍ북간에 대화 없이 일 년여 세월을 허송한다면 한반도의 긴장은 2003년을 기점으로 상당히 높아질 것입니다.  2003년은 경수로 제공의 원래 기한이자 북한이 미사일시험발사를 유예하기로 한 기한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대북 관계의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는 시점이지요.  그런데 그 시점까지 상호간의 신뢰구축을 통해 서서히 긴장의 기운을 빼나가지 않으면 막상 결정적인 시점에서 한꺼번에 폭발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일관성 없는 대북 정책으로 북한과의 신뢰관계가 정착되지 못한채 1994년 핵 문제를 둘러싼 현안해결 과정에서 철저하게 소외되었습니다.  그 결과 멍하니 손놓고 있으면서 자기 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 채 전쟁직전까지 갔던 부끄러운 경험이 있습니다.  북한과의 경제교류는 퍼주기가 아니고 1994년과 같은 상황의 재발을 막기 위해 도처에 안전핀을 마련해나가는 작업입니다.  결국 북한을 한미양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유일한 방법은 포괄적 접근을 통해 그들이 경제건설에 몰두하고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집착을 버리도록 국제적인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도 닉슨 행정부가 과감한 외교적 결단을 통해 수교를 하기 전까지는 악의 국가였습니다.  그러나 미ㆍ중관계의 개선을 통해 안심할 수 있는 국제적 여건이 제공된 1970년대 말에 들어서서야, 중국은 경제개혁에 매진했고 그 후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대한 포괄적 접근과 대타협의 길로 나아가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기를 간절히 희망하며 각하와 미국 국민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매일경제신문, 2002년 2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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