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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한미동맹의 세계화, 그리고 북한의 인권 (조선 2008/8/6)

올 들어 세 번째 한미정상회담이 열렸다. 한국에서는 얼마 전 새 정부가 출발했지만 미국에서는 지난 7년 반 부시행정부를 마무리짓는 시점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이었다. 전반적으로 새로운 현안 제기는 없었던 상태에서 양국동맹을 심화시키는 데 기여한 회담이었다고 평가된다. 특히 한국의 대학생 5000명씩을 연수프로그램에 초청키로 한 것은 신선한 발상이었다. 그들은 미래 한미관계를 이끌어갈 주역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내용은 한미동맹을 지역 및 범세계적 차원의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대목이었다. 이는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주제다. 그동안 우리 한국에는 한반도의 평화정착이 최대의 외교목표였다. 그러다 보니 세계 경제력 12위라 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국제적 위상과 발언력을 확보하지 못했었다. 유럽이나 중동 아프리카지역 지도자들을 만나보면 한국은 돈은 좀 모았는데 북한과 주변국 이외의 바깥세상에는 별 관심 없는 나라라는 인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제 양국정상이 동맹을 세계화하기로 한 것은 우리 정부가 외교 지평을 한반도를 넘어서서 세계사회로 확대하기로 합의했음을 의미한다. 세계사회에 우리가 인적, 물적으로 기여하고 헌신하면 그것은 곧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발언력과 위상을 높이게 된다. 이는 결국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갈 때 국제사회의 협력을 끌어들이는 자산으로 다시 활용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동맹의 세계화는 한반도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세계주의는 민족주의 달성의 수단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세계적 기여에 대한 우리사회 내부의 국론 합의를 어떻게 달성해 나갈 것이냐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인력과 재원을 세계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을 '미국의 압력'에 의해 마지못해 끌려가는 것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제고해야 할 미래지향적 당위와 국내사회의 합의 도달의 어려움이라는 현실 사이에는 상당한 간격이 존재한다. 결국 이러한 간격을 메우기 위해 필요한 것이 고도의 정치적 리더십이다.


또한 양국 정상은 이번에 처음으로 북한 인권상황 개선에 대한 의지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의 중국 올림픽 참석 결정을 전후해서, 그리고 신임 주한미국대사 스티븐스의 상원인준 과정에서 미국의 보수파의원들이 집중적으로 인권문제를 거론했던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방법론이다. 미국의 보수파 의원들은 북핵과 인권을 동시에 거론할 것을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어떤 입장을 정할 것이냐가 앞으로의 문제다. 우리의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입장은 북핵문제와 동시 제기보다는 순차적 차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동시처리를 추구하다 보면 북핵 해결도 놓치고 인권 개선도 놓칠 가능성이 높다. 미국도 과거 소련과 핵감축협상을 하면서 한번도 인권문제를 의제로 끼워 넣은 적이 없었다.


또한 인권문제는 대북 포용의 맥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대북 포용은 그것이 미국이든 한국이든 아니면 국제사회가 되었든 포용의 주체국에 여러 가지 추가적인 대북 영향력 행사의 수단을 만들어주기 마련이고 그 수단을 인권문제 개선을 위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련 및 동구권 인권개선에 기여한 헬싱키프로세스도 미소(美蘇) 데탕트라는 화해정책의 맥락에서 실시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대북 인권문제 접근은 미국의 인권단체나 의회가 그러했듯이 목소리 높여 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하게, 그렇지만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은 우리가 선택한 것이다. 우리의 국익, 가치 관념, 그리고 미래전략에 부합한다고 국민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일한 목표와 가치를 양국이 공유한다 해도 우리의 특수상황을 반영한 우리 나름대로의 방법과 입장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동맹은 무조건 추종하는 것도 또 무조건 따라오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조선일보 2008/8/6)


*원문보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8/06/20080806014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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