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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평] 미국의 외교, 어디로가나 (중앙 2008/7/21)

지난 주말 한·미 관계에 관한 회의가 있어 워싱턴 DC를 방문하게 되었다. 20여 년 전 처음 유학 왔을 때나 지금이나 워싱턴의 겉모습은 변한 게 별로 없다. 그러나 그 안에서 불고 있는 정치의 바람은 항상 변한다. 외교와 관련된 워싱턴의 풍향 속에 다음 몇 가지가 감지되었다.


첫째는 차기 행정부의 세계 외교 방향이다. 매케인이나 오바마 중 누가 당선되든 미국의 세계 외교는 일방주의에서 벗어나 다자주의와 대화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할 것이다. 부시 행정부 1기의 강성 외교의 부작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결국 부시 대통령 스스로 2007년 1월 대북정책을 대화 중심으로 바꿨는데 이제 이란 핵문제에 대해서도 같은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다. 윌리엄 번스 국무차관을 이란·유럽 간 제네바 핵 회담장에 처음으로 파견키로 결정한 것이다.


둘째는 미·중 관계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부시 행정부의 포용 기조를 유지해 갈 것으로 예측된다. 어느 전직 고위 관리는 닉슨 대통령 이후 미국의 정책 중에서 아마도 가장 초당적인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정책을 꼽으라면 그것은 대중국 정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한국에 좋은 징조다. 미·중 관계가 좋으면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생길 예민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국제적 협조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의 잠재적 뇌관인 중국·대만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것도 우리에게 바람직하다.


어느 재무부 관리는 한 달 전 4차 미·중 경제전략대화의 결과로 에너지환경협력을 위한 틀이 마련되었고 양국 정부 부처들 간에 협력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국제정치경제의 핵심 사안이 에너지와 환경인데 미·중 간에 이처럼 긴밀한 협력이 진행 중인 것이다. 한 달 전에는 일본과 중국이 동중국해 자원을 둘러싼 분쟁을 중단하고 공동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흐름들은 “미·일·중 간에는 이처럼 경쟁과 협력의 게임이 변화무쌍하게 진행 중인데 한국은 과연 잘하고 있는가”라는 경고처럼 들렸다.


셋째는 동북아 문제다. 6자회담은 북핵 때문에 시작되었지만 역설적으로 동북아 안보협력을 위한 제도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필자는 2003년 정부에서 북핵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6자회담을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라이스 장관도 국무장관이 된 뒤 그런 발언을 종종 해왔는데 최근 6자회담이 진전되면서 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주 싱가포르 북핵 6자 외교장관 회담에서 미·북 외교장관이 만나는 것 자체가 6자회담의 제도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 또한 한국에 바람직하다. 북한과의 냉전이 끝나지 않은 불안정 상황에서 한·미 동맹은 한반도 평화 정착의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이에 추가해 다자제도가 성립된다면 그것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활용할 수단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한·미 동맹과 다자제도를 서로 대치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관계로 보는 것이 우리 국익에 합치된다는 점이다. 만일 대치되는 것으로 본다면 “한·미 동맹은 냉전의 유산”이라는 지난번 중국 관리의 결례되는 발언 논리에 말려드는 것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반도 문제다. 매케인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 그의 북한에 대한 강한 반감이 우려된다. 어떤 사람은 경우에 따라서는 부시 1기 때보다 더 강한 대북조치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베트남전에서 5년 반이나 포로생활을 한 그는 미국·베트남 관계 개선의 적극적 후원자 역할을 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서는 강하게 나가야 할 심리적 요인도 있는 것 같다. 대신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지지한다.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매케인 후보보다 대화와 설득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문제는 그의 한·미 FTA에 대한 반대 견해이다. 물론 당선 후에 정책을 바꿀 수는 있다. 캠페인에서의 발언과 당선 후 정책은 충분히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둘 다 6자회담이라는 북핵 해결의 틀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이제 북핵 이후의 한반도를 준비해야 하고 한국이 그 국력에 걸맞게 글로벌 외교를 펼쳐나가야 하며 그에 따라 한·미 동맹의 미래 비전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많았다. 그러나 미·북 관계 개선 중에 일어난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과 순조롭게 돌아가는 미·일·중 관계 속에 벌어진 일본 정부의 독도 도발 등 인터넷을 통해 들리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착잡해졌다. 갈 길은 먼데 일들은 꼬여만 가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2008/7/21)


*원문보기: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23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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