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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피니언] 한·미 동맹 더 단단해져야 하는 이유 (문화일보 2019/8/9)

[오피니언] 한·미 동맹 더 단단해져야 하는 이유
(문화일보 2019/8/9)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 前 외교통상부 장관

국제정치에서 모든 양자 관계, 그리고 우리에게 중요한 외교 현안들은 따로따로 노는 게 아니라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 예컨대, 한·일 갈등은 동맹 문제, 한·중 관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문제 등과도 맞물려 있다. 그러므로 한·일 갈등 하나만 따로 떼어 놓고 볼 게 아니라, 전체의 큰 그림을 보면서 대응책들을 결정해야 한다. 일본과의 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취한 정책 선택지는, 그것이 한·미 동맹과 북핵(北核) 폐기, 평화 정착에 미칠 파장까지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ISOMIA·지소미아) 파기는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파장이 훨씬 클 것이다.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 체제에서 지소미아가 갖는 상징성은 대단히 크며, 정보 교환이 최근 얼마나 줄었는지는 부차적 문제다. 일본은 수년 전부터 워싱턴의 정책결정자나 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 은밀하게 ‘한국은 이미 중국 쪽으로 넘어갔다’는 메시지를 전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소미아 파기는 단순히 한·일 문제를 넘어 미국의 조야에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킬 게 분명하다.

우리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를 이루려면 어떻게든 미국을 움직이지 않고는 힘들다. 북·미 간에 대단히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향해 ‘비핵화 먼저 하라, 그러면 안보를 보장하고 경제도 발전시켜 주겠다’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비핵화와 제재 해제의 동시 병행, 좀 더 구체적인 안보보장 경제 지원책을 마련해 북한을 설득하고 비핵화 과정에 진입하도록 미국을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정말 단단한 한·미 관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1970년대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동방정책을 추진했을 때 미국 정책결정자들은 비판적이었다. 그러나 그들을 설득해 냈다. 모든 중요한 동·서독 관련 문제를 미국에 먼저 설명하면서 이해를 구했다. 한두 번이 아니라 1년, 2년 꾸준히 지속하면서 미국 신뢰를 확보했다. 프랑스 지지도 끌어냈다. 이처럼 미국 정책결정자들의 마음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세밀하고 꾸준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지소미아 파기는 이러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짙다.

중국과 러시아에도 ‘한국이 한·미·일 안보 협력 체제를 약화시키기로 결정했다’는 신호를 보낼 것이다. 한·일 대결이 심해지기 시작한 시점에 러시아 전투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강대국 정치는 힘의 공백을 절대로 그대로 두지 않는다. 상대적 약소국들이 더 치밀하고 더 기민하고 더 전술에 밝아야 한다. 북한에도 잘못된 시그널로 작용한다. 그들은 한·미 동맹 약화의 전조로 간주하면서 점차 고립되는 한국의 위상을 활용하고, 한반도 대표주자는 실질적 핵보유국인 자신들이라면서 한국을 ‘주니어 파트너’ 정도로 취급하려 들 것이다.

따라서 지소미아 파기는 효과적인 대일 압박 수단이 될 수 없고, 오히려 우리의 취약성만 드러내며 많은 문제 거리를 만들어내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시대에 우리의 지상 명제인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번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중장기 전략을 가지고 나아갈지, 좌표 설정에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전략적 선택에 합치하는 방식으로 당면 현안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국제정치의 험한 파도를 헤쳐 나가면서도, 엉뚱한 곳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항구에 도착할 수 있다.

*출처: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809010739110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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