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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외교장관이 본 평양 남북 정상회담 (중앙SUNDAY 2018/9/15)

[전 외교장관이 본 평양 남북 정상회담] 윤영관 “주한미군 연계 안 한다면 선 종전선언도 고려할 만”
(중앙SUNDAY 2018/9/15)



전 외교장관이 본 평양 남북 정상회담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은 14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하면 이에 상응해 단계적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조치를 해야 협상이 진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서울대 명예교수)은 14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18~20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조치의 핵심인 핵·미사일 리스트 신고와 검증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면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 서명과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그 부분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김 위원장이 대북 특사단에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비핵화’ 발언을 좀 더 구체화하자는 것이다.
  
윤 장관은 이어 “김 위원장이 특사단에 밝혔던 대로 종전선언을 주한미군 철수 등 한·미 동맹 현안과 연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이번 정상회담에서 재확인한다면 종전선언을 먼저 하는 방안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정부 첫 외교장관을 지냈던 윤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한·미 관계와 관련해 “정부 출범 때만 해도 부시-노무현 정부 때보다 트럼프-문재인 정부의 간극이 더 클 것이라고 솔직히 우려했다”면서 “최근까지 두 대통령의 발언이나 정책 공조 흐름을 볼 때 상당 부분 우려가 해소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윤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중국에 3자 종전선언 양해 구해야
  

질의 :
이번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응답 :
“비핵화와 관련해 우리 역할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미국과 북한이 각각 구체적인 액션을 취하도록 끌어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강력한 대화 의지와 유연한 접근 태도다. 두 지도자 간의 타협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정부는 그 부분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질의 :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공동성명에 담기면 좋을까.

응답 :
“예를 들어 최근 특사단이 방북했을 때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비핵화 조치를 끝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비핵화 조치의 핵심은 신고와 검증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공동성명에 담아낼 수 있다면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언급한)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매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질의 :
김 위원장의 구체적인 약속을 바탕으로 먼저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은 어떻게 보나.

응답 :
“종전선언을 고리로 북한과 중국이 주한미군의 존재 근거를 약화하고 한·미 간의 간격을 벌릴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특사단에 밝힌 대로 종전선언을 주한미군이나 한·미 동맹과 연계하지 않겠다는 유연한 접근 태도를 이번 정상회담에서 재확인한다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카드라고 본다.”  


질의 :
중국의 종전선언 참여 바람직하다고 보나.

응답 :
“중국은 평화협정 논의 과정에서는 이해당사자로서 꼭 참여하게 될 것이다. 물론 종전선언 채택이 한·미 동맹 약화로 이어져서는 안 되겠다는 우리 의도를 중국이 받아들인다면 굳이 참여하라 말라를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종전선언이 한·미 동맹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한국과 미국 내에 있다. 이런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남·북·미 3자 종전선언 채택을 양해해 달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고 본다.”  


질의 :
과연 김 위원장이 말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보나.

응답 :
“기술적으로 임기(2020년 1월) 내 완전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최소 10년 이상 걸린다고 본다. 하지만 비핵화의 핵심은 신고와 검증이다. 신고를 마치고 검증을 상당 부분 진행한다면 비핵화가 70~80%는 이뤄진 것이다. 이 정도 되면 비핵화는 되돌아갈 수 없는 단계까지 루비콘 강을 건넌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일 김 위원장의 발언 의도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이런 수준이라고 확인되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북 협력, 미국에 사전 설명 후 추진  
  


2003년 7월 존 볼턴 당시 국무부 차관(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난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질의 :
남북관계 진전 역시 이번 정상회담의 중요한 의제인데.

응답 :
“4·27 판문점 선언의 이행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제재의 적용을 받지 않은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남북 협력사업부터, 예를 들면 의료·환경·산림 협력을 먼저 구체화할 수 있다. 또 하나 재래식 군사력 분야에서의 신뢰 구축과 긴장 완화 조치도 중요하다. 다만 남남 갈등으로 인한 국론분열 소지가 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평화수역화 문제와 같은 민감한 이슈보다는 경계초소(GP) 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비무장화 등 비무장지대(DMZ)의 실질적인 비무장화를 먼저 추진했으면 좋겠다. 군사적 긴장 완화에서도 덜 민감한 분야부터 선후를 따져 서서히 협력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질의 :
트럼프-문재인 정부의 한·미 관계를 평가한다면.

응답 :
“우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에는 두 가지 힘이 작용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미국과 일본이 한국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는 원심력과 남북한 주민 간에 서로 끌어당기는 구심력이 동시에 작용한다. 어느 정부이냐에 상관없이 구심력이 커질수록 평화가 유지될 확률이 커진다. 노무현 정부 때와는 달리 문재인 정부는 구심력 강화에 나서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에서 국제 공조에 더 많이 신경을 쓴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실 정부 출범 때만 해도 노무현 정부 때처럼 구심력 강화에 치우치면 한·미가 계속 부딪히고 남북관계도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기 힘들 것이라는 걱정이 들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1년여 동안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미국과 정면충돌을 피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퍼스널한 관계를 구축하면서 우리 입장을 설명하려는 노력을 노무현 정부 때보다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질의 :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를 둘러싸고 한·미 간 이견이 있는 것처럼 비쳤는데.

응답 :
“1970년대 초에 서독이 동방정책을 추진할 때 빌리 브란트 사민당 정권에 대한 미국의 평가가 좋지 않았다. 헨리 키신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란트 총리가 너무 감상주의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금 우리 상황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서독은 그런데도 동독과 관련된 중요한 액션을 취하기 전에 미국에 사전에 취지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작업을 반드시 거쳤다. 물론 미국의 승인을 받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노력을 통해 결국 양국 간에 신뢰가 쌓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은 동방정책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돌았다. 남북 협력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런 부분을 신경 써서 우리도 동맹인 미국에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미국이 우리가 취한 액션으로 깜짝 놀라지 않게 하는 노력을 지속해서 기울여야 한다.”  


질의 :
미국은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온 이유는 강력한 제재 때문이라고 보고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에 소극적인데.

응답 :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우리 쪽에서도 체제 안전 보장이나 경제 제재 완화조치를 그때그때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핵화의 핵심인 신고와 검증을 요구하면서 제재 완화를 고려하지 않으면 과연 비핵화가 진전될 수 있을까.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단계적, 부분적으로 제재 완화를 해야 한다. 제재도 구분해서 먼저 풀 것과 나중에 풀 것을 정해 북한이 신고하면 이런 제재를 해제하고, 검증이 진행되면 이런 제재를 해제한다는 로드맵을 한·미 간에 만들어야 한다. 만약 제재 완화를 비핵화 최종 단계에서 하겠다고 고집한다면 북한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원하는 것, 예를 들면 핵 검증을 맨 뒤로 미룰 것이다.”  


질의 :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의지와는 별도로 미 행정부와 의회는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매우 강한데.

응답 :
“미국은 대체로 지난 20여 년간 자신의 우월한 힘을 바탕으로 북한을 압박하면 북한이 결국 협상 테이블에 나와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접근법을 취해 왔다.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을 표방한 버락 오바마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런 전통적 접근법은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판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 중이다.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한 지도자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정치적 소통을 강화하고, 신뢰를 쌓아 북한이 핵 개발에 나선 원인인 안보 불안감을 해소해 결국 핵 보유의 필요를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트럼프의 접근법이다. 하지만 미 행정부 내 관료들과 의회는 여전히 전통적 접근법에 머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선호와는 상관없이 이런 접근법이 유효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 관료 및 의회 간의 커다란 간극을 좁히는 데 우리 정부가 총력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뜻이 맞더라도 미 의회가 제동을 걸면 비핵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서 다소 미흡한 점이 이 부분인데 정부·국회·업계가 총동원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비핵화 협상이 진행될 수 있도록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G2 경쟁시대, 한·미동맹 재조정 고민해야
  
질의 :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 등 한·미 동맹을 경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데.

응답 :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성향과는 별개로 중국 변수가 부상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협조 속에서 경제성장에 집중하겠다는 과거 방식에서 탈피해 본격적으로 미국과의 경쟁을 선택했다. 이에 미국도 인도-태평양 구상으로 맞서고 있고 남중국해, 동중국해, 대만, 무역, 북한 비핵화 등 미·중 간의 전선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새로운 국제정치 환경 속에서 한국이 어떤 전략을 추구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의 안보와 관련해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미국은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자신들은 보조적 역할을 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그런 면에서 한·미 동맹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전시작전권 환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원문보기: https://news.joins.com/article/22973154#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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