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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핵: 외교적 해법은 가능한가? (제3회 화정국가전략 월례강좌 2017/9/28)

앞으로 1-2년 사이에 아마도 한반도 안보정세에서 대단히 중요한 분수령적 사건들이 터져나올 것 같습니다. 다만 그 과정이 평화롭게 관리되도록 기도할뿐입니다. 며칠전 화정평화재단에서 발표한 "북핵: 외교적 해법은 가능한가?"라는 발표문을 올립니다. 길지만 참고가 되시기 바랍니다.


북핵: 외교적 해법은 가능한가?
(제3회 화정국가전략 월례강좌, 2017. 9. 28)



I. 현황 진단

(1). 북핵 위기는 1991년 소련 붕괴와 냉전질서 해체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됨. 대부분의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과 달리 북한의 김일성은 독재정치와 사상통제의 지속을 위해 경제체제의 전환과 개방을 회피했음. 대신 핵무기 개발에 집중하여 체제 안보를 지키려 노력해왔음. 그래서 플루토늄을 추출해서 핵개발을 시도하여 1차위기(1993-94년)를 야기했고, 지금은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개발을 시도하여 2차위기(2002년- )가 지속중임.

(2). 특히 2016년 이래 북한은 핵실험을 3회, 미사일을 40여회 발사하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을 급격히 가속화하고 있음. 한국과 일본, 그 안의 미군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단·중거리 핵미사일 개발을 완료한 후, 이제 2017년 7월 4일과 28일 2차에 걸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호)의 발사 성공으로 미국 본토 대부분을 타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에 탑재할 핵무기 소형화 능력까지 거의 갖추게 된 것으로 추정됨.

(3). 국제사회는 1990년대 초부터 북한 비핵화를 위해 다양한 방법의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실패했음. 가장 큰 이유는 북한 주변국들 간의, 특히 미·중간의 국제공조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점임. 중국은 오랫동안 북한을 전략적 완충지대로 존속시키고자 하는 계산 하에 비핵화보다 북한정권 안정에 우선순위를 둠으로써 대북제재에 미온적이었고, 북한은 이러한 중국의 의도를 역으로 활용하면서 핵개발을 가속화해왔음. 북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 되는 경우 동아시아에서 핵확산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중국의 정책변화가 없는 한, 남·북간, 북·중·러와 한·미·일 간의 신냉전이 고착화되어 갈 것으로 전망됨.

(4). 미국 내 일부 전문가그룹 사이에서는 북한이 개발한 기존의 핵탄두는 잠정적으로 보유하도록 허락하고 더 이상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 핵기술 해외이전 등을 막는 선에서 북한과 타협하고 완전한 비핵화는 장기과제로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음. (Einhorn, Samore, Perry 등) 또 미국 내 다른 일부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미래를 놓고 미중 양자 간의 대타협(grand bargain)을 끌어내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음. (Kissinger, Allison 등.) 한편 중국은 북한 핵미사일의 동결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맞교환하자는 제안을 계속하고 있음.

(5). 올해 초 출범한 미국의 트럼프행정부는 북한 핵미사일위기를 최대 안보현안으로 삼고 집중적으로 북한을 압박하여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고자 노력하고 있음. 현 시점에서 북한 당국과 본격적 대화 및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징후는 보이지 않음. 그러나 미국 행정부는 핵 탑재 ICBM이 실전 배치되기 이전, 즉 1년 이내에 다급하게 북한과의 협상을 타결 지으려 할 것임. 특히 내년 3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실시되면 북·미간, 남·북간 긴장이 고조될 것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협상을 모색하려 노력할 것임.

(6). 미국 트럼프행정부는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와 대중국 압박을 통해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을 가하면서, 별도로 과거 이란에 부과했던 방식의 세컨더리보이콧 실시를 발표했음. (2017.9.24.)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기업과 금융기관들을 미국 금융시스템으로부터 축출하는 제재로 이제까지 보기 힘들었던 강력한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되며, 이로 인해 북핵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음.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강력제재에 협력하고 나올 것으로 예측됨.


II. 미래 전망

1. 무력충돌 가능성
(전면전 가능성— 비교적 낮음)

(1). 북은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을 공격하여 도발하는 경우, 북한 체제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음. 따라서 정권과 권력자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한국이나 미국을 상대로 전면전을 도발하지 못할 것.

(2). 그 보다는 전쟁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핵미사일 능력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완성하려 할 것. 미국의 핵전문가 울프스탈(Jon B. Wolfstahl)은 그 근거로 5가지를 들고 있음. 즉 그가 생각하기에 북의 김정은은 아마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군사모험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것.

(i). 미국은 말로는 핵을 용납 못한다고 말해왔지만, 북한은 지난 20여 년간 오늘에 이르기까지 핵미사일을 개발해왔음. 미국은 항상 제재를 가한 다음 북한과 협상을 했고, 북이 그 협상을 깨면 또 제재를 하고 그 다음 협상하기를 반복해왔음. 따라서 북은 원하는 핵무장 목표를 계속 추진하면서 미국을 끌고 가는 것이 모험을 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할 것임.

(ii). 미국은 항상 북한이 더욱 더 고립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중국으로의 수출, 노동자 수출, 아프리카에의 무기 판매 등으로 현금은 계속 북한으로 들어오고 있음. 중국이 새로운 제재를 적용하겠지만, 이제까지 그래온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충분히 견뎌나갈 수 있을 것임. 그러니 구태여 모험할 필요가 없음.

(iii). 미국은 군사적 옵션을 말하지만 북한을 먼저 공격하지 못할 것. 북한이 핵미사일이 없을 때도 공격을 못했는데 심지어 핵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공격하겠는가? 게다가 남측은 경제적인 부를 파괴당하고 싶지 않기에, 결코 미국이 북을 공격하기를 원하지 않음. 그러니 북은 모험할 필요 없이 차분히 핵미사일무기체계를 완성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

(iv). 동북아에서 미국의 힘이 기울고 있고 중국이 상승하고 있는데 그 중국은 북한의 도발보다도 북한이 붕괴하는 것을 더 걱정하고 있는 상황임. 그러니 북의 입지가 시간이 갈수록 더 나아지고 있는데 모험할 필요가 없는 것.

(v). 핵을 포기하면 북한은 카다피의 리비아,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처럼 망하게 될 것. 그러니 절대로 핵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 것. (Wolfstahl, http://www.politico.com/…/29/kim-jong-un-fearless-trump-215…)

(3). 이와 같은 북한의 계산에 더해 1950년 6·25전쟁 당시와 비교해볼 때 지금 북한은 훨씬 더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있음. 중국이나 러시아는 그때처럼 북한을 편들지 못할 것. 올 봄 중국의 환구시보는 북한의 도발로 전쟁이 시작된다면 중국은 북을 돕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 중국은 오히려 대북경제제재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음.

(4).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의 2016년 말 통계에 의하면 90일 이상 국내체류 외국인들의 숫자는 미국인 16만 6천명, 일본인 5만 1천명, 중국인 102만 명임.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여, 이들 중 다수 사상자가 발생하게 되는 경우, 북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을 적대하게 될 것임.

(5). 미국의 입장에서도 북한이 미국본토 공격의 도발징후를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 한, 먼저 예방적 공격이나 전쟁을 실행하지는 못할 것. 북한은 한국을 향해 보복을 할 것이 확실하고 그 경우 미군 및 미국인을 포함한 수많은 인명 살상이 예측되기 때문임.

(우발적 충돌 가능성: 우려됨)

(1). 사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우발적 충돌 가능성임.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북한이나 미국은 실제로 전쟁을 원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임. 그러나 영국의 역사가 테일러가 과거 18세기 말이래 8개의 큰 전쟁들을 연구하고 결론 내렸듯이 전쟁은 자주 전쟁 그 자체나 정복에 대한 강한 공격적 욕망 때문이 아니라 국가가 가지고 있는 불안감 때문에 터져 나왔음. 테일러에 의하면 수많은 유럽의 전쟁들은 “전쟁으로 얻을 게 아무 것도 없고 잃을 것만 많은 국가들이, 위협받을 때 시작”했다는 것. (A.J.P. Taylor, How Wars Begin, 1979.) 만일 테일러가 살아서 지금의 상황 —두려움이 오해, 잘못된 계산, 과잉대응을 낳을 수 있는—을 목도한다면 놀라울 정도로 과거와 닮은꼴임을 느꼈을 것.

(2). 특히 지금처럼 미국과 북한의 최고정책결정자들이 감정싸움의 모습을 띄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음. 트럼프대통령이 북한을 완전 파괴하겠다고, 김정은이 미국을 불로 응징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극단적인 발언을 하는 경우, 그것은 스스로의 선택의 범위를 좁히는 것이 됨. 발언한 대로 행하든지, 아니면 그렇게 하지 못해 비겁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아가는 것이 되기 때문. 물론 트럼프대통령의 극단적 발언의 경우, 중국을 겨냥해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려는 의도도 있을지 모르나, 그렇게 하는 것이 가져올 이득과 위험의 크기를 비교할 때 위험이 더 클 것임.

(3). 무엇보다 미국과 북한은 서로가 서로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지 말아야할 것임. 1962년 쿠바미사일 위기 때 미국의 케네디대통령은 절대로 쿠바에 소련제미사일이 배치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음. 그러나 그는 미국이 완승하고 소련이 완패하는 것을 추구하지는 않았음.

(4). 그 대신 케네디 대통령은 후르시쵸프 공산당서기장이 크레믈린 내부의 강경파들 앞에서 체면을 세울 수 있도록 해주었음. 즉 소련이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하면 미국은 자국이 터키에 배치한 (이미 낙후되어 불필요하게 되어버렸던) 미사일을 조용히 철수하겠다고 제안했었음. 실용적이고 용기 있는 접근법을 통해 실제로 핵전쟁을 피하고자했던 두 지도자들이, 충돌이 임박한 순간에 서로 체면을 잃지 않고 한발 뒤로 물러설 공간을 마련해주었음. (윗부분은 저자의 Project-Syndicate컬럼에서 )

(5). 오늘의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면 김정은이 그의 공격적 언사를 삼가해야할 것임. 동시에 트럼프행정부도 미국의 목표가 레짐(regime)체인지가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라는 정책(policy)체인지 임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음. 그와 동시에 모든 외교 채널을 가동해서 소통을 시도해야 할 것임. 1994년 봄 위기 당시 카터와 같은 중재자 역할을 할 특사 파견이 필요함.

(6). 그렇게 하여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전쟁의 위험이 존재함. 특히 트럼프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은 유엔이 만장일치로 지지했던 이란핵협정을 비난했음. 이란은 그동안 핵협정을 비교적 충실히 지켜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음. 그런데도 핵협정을 미국이 파기하겠다고 한다면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을 믿을 수 없어,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기피할 것임. 이는 상황을 더욱 위험한 방향으로 몰고 갈수 있음.


2. 협상

(1). 과거의 미·북 협상 사례에서와 마찬가지로, 위에서 설명한 위험요인들을 극복하고 벼랑끝 외교 다음, 극적으로 미·북 간에 대화의 장이 마련되는 경우, 두 가지 가능성이 있음. 첫 번째는 대북 제재와 압박이 최대한으로 효과를 발휘하여 곧바로 북한의 비핵화와 그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는 패키지 딜의 가능성임. 이는 한국이나 미국, 그리고 국제사회의 관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성과가 될 것.

(2). 그러나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최고 강도의 대북 경제제재가 실현되고 그로인해 북한이 엄청난 내부적 혼란에 직면하여 김정은이 핵보유의 득실에 관한 전략적 계산을 바꾸지 않는 한, 앞에서 설명한대로 핵미사일을 완전 폐기하는 협상에는 절대 응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 큼. 특히 중국이 북한의 레짐이 무너질 정도, 그래서 김정은이 자구책으로 전략을 바꿀 정도로까지 대북제재를 할 가능성은 높지 않음.

(3). 따라서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큰 것은 북핵미사일 능력의 현상 동결을 목표로 하고 완전비핵화는 장기과제로 미루는 협상이 될 가능성이 큼. 미국은 북한에게 우선적으로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테스트 중단을 요구할 것이고, 추가적으로 영변에서의 핵 활동 중단, 영변 이외의 지역에서의 우라늄농축과 같은 은밀한 핵 활동 중단을 요구하게 될 것. 문제는 이러한 동결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검증과 사찰이 중요한데 이란핵협상에 참여했던 아인혼 전 미 국무부비확산담당 고위관리는 이란식의 검증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주장함. 모든 핵시설에 대한 IAEA의 사찰 권한이 보장되어야하며, 만일 북한이 이것을 거부하면 유엔안보리에 회부하고 제재를 재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 (Robert Einhorn,
https://www.brookings.edu/…/approaching-the-north-korea-ch…/). 이를 위해 특별히 국제위원회를 구성할 필요 (이란의 경우 P5+1).

(4). 북한은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것. 아마도 한미군사훈련의 종결, 대북 제재중단, 평화협정 체결 등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 아인혼에 의하면 미국 측은 잠정동결 수준에서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고 이보다 훨씬 더 나아간 수준의 실질적 비핵화 진전이 있는 경우 상황을 고려하여 협상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우리의 입장과 한국의 국익을 충분히 반영시킬 것이냐의 문제일 것.

(5). 이러한 북핵미사일 동결을 전제로 하는 미북 합의가 모색된다면 소통채널의 존재로 인해,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고 오해의 소지를 줄임으로서 현재의 고조된 위기를 상당히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면에서 단기적으로는 긍정적 측면이 있음. 그리고 한미 간 정책적 접근과 연대가 강화되고, 협상을 강조해온 중국도 적극적으로 지지할 가능성이 높음. 무엇보다도 지금보다 더 나아간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개발을 현 수준에서 중단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장점임.

(6). 그러나 북한이 얼마나 충실하게 약속, 특히 동결을 이행할 것인가, 사찰에 협조할 것인가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임. 미국이나 한국의 국내 비판자들은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해주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할 것임. 즉 미국이나 한국 내부에서 정치적 비판이 제기될 수 있음. 그리고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표명해왔던 대로 이란협상에서 탈퇴한다면,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맺는 어떤 협상도 신뢰할 수 없다는 차원에서 이 같은 미·북간 협상도 힘들어질 것임.

(7). 한국의 입장에서 특히 우려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안보가 상당히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임. 왜냐면 완전한 비핵화 이전의 잠정적인 단계일지라도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되는 경우, 김정은은 자신감에 넘쳐 재래식 무기(장사정포 등)로 남한에 국지 도발하거나 (2010년 천안함, 연평도 공격의 사례), 남북관계에서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임. 이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가 큰 딜레마일 것.

(8). 이러한 동결개념에 기초한 협상 추진과 별도로 또 하나의 가능성은 미중간의 대타협의 모색 가능성임.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하버드대학 앨리슨 교수는 미·중간에 직접 담판을 벌려, 중국이 최대의 협력을 해서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는 경우, 중국이 한반도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예를 들어 주한미군 철수 등) 반대급부로 미국이 제시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최근 우회적으로 내놓았음.

(9).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이득을 국정의 최대 목표로 삼음. 대외적 발언과는 달리 속내로는 한미동맹관계에 대한 코미트먼트와 애착이 과거 미국대통령들 보다도 약할 수 있음. 오히려 동맹들이 미국의 희생을 이용해 이득을 보려하는 무임승차자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음. 이에 대해 독일의 메르켈총리는 “더 이상 미국에 의지할 수 있던 시대는 지나갔다”라고 발언한 바 있음.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우, 당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싫어하긴 했지만 그래도 한미동맹 자체에 대한 애착은 강했음.)

(10). 이는 미국이 한미동맹을 상수가 아니라, 변수로 보기 시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 미국의 국익에 긴요하다면 한국의 이익을 미중거래를 위해 희생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함.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대타협을 모색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책을 세워 놓고, 한국의 이익과 안보가 희생당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임. 예를 들어 미중 타협이 이루어지는 경우, 군사훈련 중단, 미군철수, 평화협정 등 한반도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이슈들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음.


3. 봉쇄(containment)와 억제(deterrence)

(1). 북한을 협상테이블에 끌어내, 위에서 설명한 협상을 이루어내지 못하는 경우, 미국은 결국 어쩔 수 없이(default option) 냉전시기에 소련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전략, 즉 봉쇄와 억제 전략으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임. 이는 북한을 국제적으로 봉쇄 고립시키면서 제재를 강화하고 북한이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한 핵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면서 상황을 관리해나가는 장기 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임.

(2).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곤란한 입장에 처하는 것은 결국 한국과 일본일 것. 양국의 국민들은 미국이 북한의 대남도발을 응징해주겠다는 확장억제의 약속을 북한의 핵ICBM으로 샌프란시스코나 LA가 공격당할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과연 충실히 지켜줄 것인가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될 것이고 이 때문에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도가 약화될 것임. 이 경우, 동북아의 핵확산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 즉 일본이나 한국의 경우, 자체적인 핵 옵션을 생각하게 될 수도 있을 것임.

(3). 중국은 북한이 실질적인 핵보유국가가 되는 것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도 있음. 이미 중국은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등의 핵 보유 국가를 이웃으로 하고 있지만 별 문제 없었다, 따라서 북한이 핵보유국이 된다 해서 크게 우려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북한의 핵보유로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가 약화된다면 미국의 영향력이 동북아에서 약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에게 바람직할 수도 있다, 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음.

(4). 이러한 단계에서 과연 한국 국민들이 미국의 확장억제에만 의지하고 전략적 자산의 증강배치에만 계속 의지하게 될지는 의문임. 아마도 이 같은 단계에서는 핵 자체개발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과의 협의 하에 북한의 비핵화를 조건부로 하는 전술핵 재배치를 고려하라는 국민들의 여론이 증가할 수 있음.


III. 외교정책 방향 제언

(1). 북핵 해결을 위한 포괄적 타협안 준비-- 한국의 안보 이익이 충분히 보장되는 선에서 북·미 타협이나 미·중 타협이 이루어진다면 이를 반대할 이유는 없음. 오히려 이것을 기반으로 한·미·일·중·러 간의 국제적 연대 하에 북한과 포괄적 타협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미리 타협안과 로드맵을 준비해야 할 것임. 최대한으로 북한을 압박하되 동시에 최대한의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비핵화 하는 경우에도 김정은 정권이 스스로 생존을 확보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도록 하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여 제시해야 할 것임. 즉 북한 정권의 생존차원에서 볼 때 핵개발의 이득은 최소화되고, 핵 포기의 인센티브는 최대화되도록 만들어 나가야할 것.

(2). 국제 외교무대에서의 적극적 매개자 역할-- 한국은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와 협의 하에 포괄적인 협상안을 만들어 내고, 외교무대에서 그러한 방향으로 북·미 타협, 미·중 타협, 한·미·일·중·러 간의 국제연대가 형성되도록 하는 적극적 매개자 역할을 자임해야 할 것임. 북핵문제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중·일·러 국가들과의 양자협력도 강화해나가야. 이것이 현 정부가 원하는 ‘주도적인 역할’이 될 수 있을 것.

(3). 대미 밀착외교, 총력외교를 펼쳐야-- 위의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긴밀한 한미 간의 협력과 논의가 필수적임.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낼 때까지 한국은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 하에 대북제재를 이행해 나가야 할 것임. 또한 미국은 북핵문제를 자국의 안보가 직접 위협받는 미국 자신의 문제로 보고 있기에 미국 안보를 최우선으로 삼고 일방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도 존재함. 따라서 그러한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서 미국에 대한 ‘밀착 외교’가 필요함.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머릿속에 한국의 중요성을 각인시켜야 되고, 정상 간의 화학적 친밀도도 높여야 될 것. 미국 정부 내외의 모든 수준에서 맨투맨 방식으로 대미접촉을 강화하고 촘촘한 네트워크를 짜나가야. 그래야만 미국의 의도를 사전에 파악하고, 정확하게 한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그들을 설득하여 모든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의 국익이나 안보가 철저히 보장되도록 할 수 있을 것임.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한 거래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음. 뉴욕타임즈, 2017.8.30.)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운명이 강대국간 거래의 종속변수가 되는, 이른바 코리아패싱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음.

(4). 초비상 시기에 맞는 내부적 대응 자세와 외교 전략 전술의 조율이 필요-- 현재와 같은 초 비상시국에서는 정치권의 단합이 필수적임. 안보의 문제는 여야를 초월한 중차대한 국가의 명운이 걸린 문제. 여야는 이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이를 위해 청와대의 적극적인 정치적 역할이 필요함. 또한 외교·안보·남북관계·정보·경제 담당 부처들 간에 메시지, 정책, 전략 등이 총체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조율되어야. 그래야만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외교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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