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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위험한 치킨게임 (Project-Syndicate 2017/8/14)-국문 번역
Project Syndicate사의 허락을 받아 어제 올린 제 글의 번역본을
여기에 게재합니다. 참고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위험한 치킨게임>



이제까지 북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 간의 전쟁은 단순히 말의 전쟁에 그쳤다. 그러나 말이 강해질수록 위기는 심화되고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이 말했던 것처럼 “설전”이 곧바로 “실전”으로 바뀌어 버릴 수 있다.

북한의 2차 ICBM 시험발사에 대해 유엔안보리는 더욱 엄격한 새로운 제재를 북에 가하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국영 미디어를 통해 “모든 국력을 동원해 물리적 행동을 동반하는 전략적 단계조치들을 무자비하게 취하겠다”고 반응했다.

그 다음날 트럼프대통령은 원고에도 없는 발언을 하면서 북한이 더 이상의 위협을 한다면 “세계가 아직 본적이 없는 불과 분노”를 맞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런데 북은 이에 대해 미국 영토인 괌을 “포위하는” 포격을 가하겠다고 여전히 위협했다. 그러자 또 다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은 “전투 대기 태세에 있고 장전되어 있다”고 응수했다.

실제로 이러한 엄청난 설전이 벌어지고 있을 때 미국은 북한을 타격할 수정된 옵션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더 놀랍게도 미국의 비밀 정보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이 이미 핵 무기 소형화 능력을 달성했고 핵탄두를 60개 정도나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김정은과 트럼프 간의 치킨게임이 격해지고 있을 때 위험도도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나 미국이 실제로 전쟁을 원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영국의 역사가 테일러(A.J.P. Taylor)가 과거 18세기 말 이래 8개의 큰 전쟁들을 연구하고 결론 내렸듯이 전쟁은 자주 전쟁 그 자체나 정복에 대한 강한 욕망 때문이 아니라 국가가 가지고 있는 불안감 때문에 터져 나왔다.

테일러에 의하면 수많은 유럽의 전쟁들은 “전쟁으로 얻을게 아무것도 없고 잃을 것만 많은 국가들이, 위협받을 때 시작”했다는 것이다. 만일 테일러가 살아서 지금의 상황—두려움이 오해, 잘못된 계산, 과잉 대응을 낳는—을 목도한다면 정말로 놀라울 정도로 과거와 닮은 꼴임을 의심의 여지없이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파국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 미국과 북한은 서로가 서로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지 말아야 한다. 1962년 쿠바미사일위기 때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절대로 쿠바에 소련제 미사일이 배치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그는 현명하게도 미국이 완승하고 소련이 완패하는 것을 추구하지는 않았다.

그대신 케네디 대통령은 후르시쵸프 공산당서기장이 크레믈린 내부의 강경파들 앞에서 체면을 세울 수 있도록 해주었다. 즉 소련이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하면 미국은 자국이 터키에 배치한 (이미 낙후되어 불필요하게 되어버렸던) 미사일을 조용히 철수하겠다고 제안했던 것이다. 그 같은 실용적이고 용기 있는 접근법을 통해 실제로 핵전쟁을 피하고자 했던 두 지도자들이, 충돌이 임박한 순간에 서로 체면을 잃지않고 한발 뒤로 물러설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오늘의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면 김정은이 그의 공격적 언사를 낮추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트럼프 행정부도 미국의 목표가 레짐(regime) 체인지가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라는, 정책(policy) 체인지 임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미국 내에서 나오는 시그널은 아직도 혼란스럽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최근 위기를 언급하면서 외교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CIA 마이크 폼페오 국장은 레짐 체인지를 언급했고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예방 전쟁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정은이 협상테이블에 나오도록 하기 위해 압박을 가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압박은 아주 조심스럽게 조율되어야 한다. 만일 미국이 레짐 체인지나 선제적 전쟁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여지게 되면 공포에 사로잡힌 김정은은 더욱 더 도발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미국이나 북한이나 절대적 안보가 아니라 상대적 안보를 목표로 설정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군부에 대한 문민통제를 확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1차 세계대전은 무엇보다도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이 군사화 되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유럽의 정치지도자들은 전국적 군사동원과정이 자동적으로 전개되는 것을 막지 못하고 국제적 차원에서 연쇄 반응이 진행되도록 방치해버렸다. 전쟁을 향해 대세가 흘러가기 시작하자 외교가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어져 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외교가 작동할 공간을 마련해주기는 커녕, 최근 트럼프대통령의 보좌관 세바스찬 고르카는 “틸러슨 국무장관이 군사문제를 논할 것이라는 생각은 말도 안된다”라고 언론을 상대로 말했다. 그러나 왜 미국의 최고 외교관인 틸러슨 장관이 군사적 문제에 대해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된다는 것인가? 이러한 점들이 빨리 시정되지 않으면 옛날 영국의 로이드 조지 총리가 1차대전에 대해서 썼듯이 우리 모두는 또 다시 “전쟁으로 말려들어갈”지도 모를 것이다.

한국의 정치지도자들도 이 같은 더욱 강도가 높아지는 전쟁 레토릭에 휘말려 들어가는 것을 피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2010년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 이후 한국의 군부는 교전규칙을 강화했다. 이제 한국의 군부지도자들은 만일 북한이 또다시 공격하게 된다면 한국은 그러한 공격의 원점에 대한 보복뿐만 아니라 북한의 지도부까지 타격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대통령의 위협과 비슷하게 북한에 대한 억제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남북간의 국지적 충돌을 급속도로 전면전으로 확전시킬 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 또한 중요한 역할이 있다. 1994년 6월 10일 1차 북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중국은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에게 중국이 북에 대한 유엔 제재에 더 이상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통보했고 이 때문에 김정일은 덜 적대적인 방향으로 태도를 바꾼 적이 있다. 중국이 최근 국영 언론을 통해 만일 북한이 도발해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중국이 북한을 돕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도 어쩌면 비슷한 전술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리고 김정은도 군사적 위협을 외교적 해법으로 전환시켜 나갈 정치적 자산이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지금과 같은 급속도로 위기가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 야기하는 광범위한 위험을 고려할 때, 다른 당사자가 나서서 주도해나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

평소에 스스로 자주 그렇게 주장해왔던 것처럼 중국이 과연 지역적 안정자로서의 역할을 해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만큼이나 시진핑 주석도 지금의 위기를 통해 시험을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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