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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朝鮮칼럼 The Column] 난세에는 난세답게 행동해야 (조선일보 2017/4/10)

[朝鮮칼럼 The Column] 난세에는 난세답게 행동해야
(조선일보 2017년 4월 10일)



美의 시리아 공습이 드러낸 트럼프의 즉흥 외교 스타일
미·러 관계 더 악화되고 미·중 사이엔 順風 불고 北은 바뀐 상황 대책 짤 것
우리는 한목소리로 대응해야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前 외교부 장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외교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 도중 시리아 공격을 명령했고, 미 해군은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으로 시리아 공군 비행장에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퍼부었다.

미국의 시리아 공격은 국제정치 전반에 중요한 파장을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에 따라 '미국 우선주의'에서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는 외교에서 인권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보다는 좁은 의미의 미국 국익, 특히 경제적 이익을 강조해왔다. 그래서 미국의 중동 개입도 비판해왔다. 그런데 그는 화학가스 공격으로 숨진 어린 쌍둥이 아이를 안고 울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크게 분노했다고 한다.

그는 2013년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화학무기 사용에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던 오바마 대통령과는 다른 과감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을 것이다. '러시아 게이트'라는 국내 정치의 혼란을 러시아와 정면으로 맞서는 선택으로 잠재우려 했을 수도 있다. 서방의 한 칼럼니스트 말처럼 앞으로 미국 외교는 "무(無)독트린의 독트린"을 따르게 될 것 같다.

이번 시리아 공격으로 미·러 관계 개선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대선 후보로서의 트럼프는 중국과는 각을 세우고 러시아와는 관계를 개선할 것처럼 말해왔다. 그러나 국제정치 현실은 대통령으로서의 그를 반대 방향으로 몰고 가고 있다. 반면 미·중 관계는 두세 달 전 상황과 달리 안정적인 대화의 틀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그동안 트럼프 사업체들의 중국 내 기업 활동과 관련된 민원을 화끈하게 해결해주는 등 여러 가지 공을 들였다.

결국 미국의 시리아 공격으로 아·태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 같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에 행사할 수 있는 압박 수단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스스로 내던졌다는 비판이 많다. 만일 미국이 시리아 내전에 더욱 깊이 개입하게 되면 미국이 아·태 지역에 쏟을 정치적 자산이 줄어들 것이고, 중국은 과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에 몰두했을 때처럼 이를 주변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산의 계기로 활용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관심사는 미국의 시리아 공격이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이다. 아마도 지금쯤 북한 측도 계산이 복잡할 것이다. 당분간 미국이 북한 문제에 집중할 여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6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한다 해도 미국을 압박하는 정치적 효과는 반감할 것이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시리아 공군기지 공습 관련 브리핑 모습. /AFP 연합뉴스

최근 미국은 중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북한을 다뤄나가겠다고 중국을 압박해왔다. 그 경우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이나 은행에 대한 경제 제재 강화, 전술 핵무기의 한국 재배치, 서태평양에의 미사일 방어 증강 배치, 사이버 공격과 같은 은밀한 작전 등을 옵션으로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미·중 회담에서는 북핵 문제에 대해 아무런 구체적인 합의도 이루어내지 못했다.

그러한 와중에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어느 후보가 집권하든, 최근 트럼프 대통령 등장 이후의 국제정치 상황은 몇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첫째, 한·미 정상 간의 개인적 친분 관계 형성이 대단히 중요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리더십 스타일 때문이다. 그는 예측 불가능성과 주고받기 식의 거래를 즐기고 어떤 원칙에 집착하기보다 그때그때 상황에 본능적인 정치 감각에 따라 대응하는 지도자다. 개인적인 선호가 분명하고 부하들에 대한 장악력도 강하다. 그렇기에 대통령 개인 간에 화학적인 친분 관계가 형성되기만 하면 오히려 함께 일하기가 편할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일본이나 중국도 그처럼 정성 들여 막후 외교를 펼쳐 왔을 것이다.

둘째, 지금의 국제정치 상황은 한국의 정치 지도자가 이념 외교가 아니라 실용주의 외교를 펼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지사(志士)형이 아닌 책사(策士)형 접근법이 필요한 것이다. 분명하게 국가 이익을 설정하고 그 관점에서 다양한 파급 효과를 고려하고 치밀하게 계산하여 외교적 결정을 내리되 그것을 집행해나갈 수 있는 실행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평화통일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러한 지도자를 떠받쳐주는 국내 정치가 중요하다. 지도자가 국제정치의 문법(文法)에 아무리 충실하게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려 해도 정치인들, 언론 그리고 국민이 국내 정치의 문법에만 몰두한다면 우리 외교는 혼선을 거듭할 것이다. 우리는 초강국들에 둘러싸인 상대적 소국으로 핵무장으로 위협하는 북한을 머리에 이고 살고 있다. 이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생존이 걸린 외교·안보에 한목소리를 못 낸다면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지금은 분명히 난세(亂世)다. 난세에는 지도자도, 온 국민도 난세답게 행동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09/20170409019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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